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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챕터투] ‘징계 중 돌발’ 한 걸음 더 멀어진 이다영


입력 2021.06.14 10:35 수정 2021.06.14 10:4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징계 기간 중 해외 리그로의 이적 추진 논란

깊은 자숙 필요한 시간에 나온 행보에 팬들 비판 빗발쳐

매끄러운 절차도 밟지 않은 모양새 돼 여론 더 악화

이다영 ⓒ 대한배구연맹 이다영 ⓒ 대한배구연맹

학교폭력 파문을 일으키고 소속팀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여자 프로배구 이다영(25)이 타 리그로 이적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팬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지난 11일 터키 스포츠 에이전시 CANN은 홈페이지를 통해 “그리스(테살로니키) 구단 PAOK가 한국의 세터 이다영과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다영은 그리스 A1 리그에 진출한 첫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고 알렸다.


국가대표 출신 세터 이다영은 쌍둥이 언니 이재영과 지난 2월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학폭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피해자 폭로 이후 둘을 둘러싸고 배구계 안팎에서는 영구제명 주장까지 제기됐다.


프로리그 소속팀과 별개로 국가대표팀을 관장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이다영과 이재영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징계에 따라 시즌 도중 코트를 떠난 뒤 SNS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던 이다영은 최근 의의외 행보를 그리고 있다. 지난 4월 자필 사과문을 삭제한 뒤 폭로자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번에는 타 리그 이적 추진으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1일 2021-22 V리그에 나설 ‘등록선수 공시’를 앞두고 이다영의 해외 리그 이적 뉴스가 나왔다. 징계 중 이적 추진 보도가 나오면서 이다영을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사과 없이 해외 리그로 도망치는 것이냐” “징계 중 다른 리그로 이적을 알아보다니” “반성은 하고 있는 것 맞나” “반성문과 지금의 행동은 맞지 않는다”는 적지 않은 배구팬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이다영은 기량만 놓고 본다면 한국 여자배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진심으로 자숙한다면 용서라는 기회가 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였다.


이다영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측은 “복귀 날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다영도 답답할 수 있다”고 옹호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징계 기간이다. 그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냈던 배구팬들은 크게 실망한 상태다. 적어도 이다영이 국가대표급 선수의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라면 실망하고 분노했던 팬들을 더 헤아렸어야 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기존 질서를 거슬렀다는 점이다. 해외 리그로 이적을 하려면 협회와 소속팀 등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다영은 매끄럽고 투명한 절차를 밟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이다영 ⓒ 한국배구연맹 이다영 ⓒ 한국배구연맹

이다영은 흥국생명과 지난해 체결한 3년 FA 계약이 유효, 독단적으로 해외 이적을 추진할 수 없다. 반면 구단이 이다영을 등록 선수로 공시하고 징계를 해제하면 다음 시즌 국내 리그에서 뛸 수 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배구협회는 확고한 입장이다. 선수가 해외 구단으로 팀을 옮길 경우, 협회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서 물의를 일으킨 선수는 국제이적동의서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협회 규정에 따라 ITC 발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적 허락 시 돌아올 거센 비판과 파장을 생각한다면 ‘동의’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이적 추진이 혼자만의 결정인지 특정 조직과 함께 내린 결정인지 알 수 없지만, 어떤 형태든 이번에 불거진 문제로 악화된 여론을 생각하면 이다영이 한국 코트로 돌아오는 길은 한 걸음 더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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