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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윤석열 '입당 기싸움'…"버스타라" vs "택시직행"


입력 2021.06.15 01:30 수정 2021.06.15 00:14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입당 두고 '제1야당 자존심'과 '야권1강 자부심' 충돌

李 치열한 승부 '경선흥행'…尹 '압도적 승리'에 방점

野 "무혈입성 싱거운 경선은 본선 경쟁력 깎는 요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데일리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데일리안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입당 문제를 둘러싼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대선버스 정시 출발론'을 내세워 압박하자 윤 전 총장측은 "택시를 타고 직행할 수 있다"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제1야당과 야권1강 후보의 정치적 밀당이 시작된 형국이다.


'윤석열 없이 안된다'→'윤석열 없이도 되겠다' 기류변화


당초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일방적으로 구애를 하는 입장이었지만, 6.11전당대회를 통해 변화의 바람에 올라타면서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커진 상황이다. 의원들 사이에선 "누구로든 정권교체 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히 당내에선 윤 전 총장을 바라보는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여전히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를 위한 '키맨'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최근들어 "당밖에 훌륭한 주자들도 많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14일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 안에 있는 풍성한 대선 주자와 당 밖에 있는 훌륭한 주자들과 함께 문재인 정부와 맞설 빅텐트를 치는 것에 내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배현진‧정미경 최고위원도 당 안팎의 대선 후보를 한 무대에 모아 아름다운 경선을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위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윤 전 총장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다양한 야권 대선주자들과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잇따른 언론 인터뷰에서도 대선 경선과 관련해 '8월 정시출발론'을 재확인하며 윤 전 총장에게 '특별대우'를 해줄 생각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尹원톱체제에 흥행실패 우려…최재형 비장의 카드로 '만지작'


무엇보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우리당의 대선주자가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라고 밝힌 뒤 당내 선수들의 체급을 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하태경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을 언급하며 "여의도 정치권이 긴장해야 된다"고 했다.


이는 이 대표가 구상하는 대선경선 흥행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공정하고 치열한 승부'를 흥행의 조건으로 꼽았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를 놓고 보면 윤 전 총장에게 맞설 당내 대선주자가 없어 싱거운 승부로 흥행실패를 겪을 수 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주자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당 밖의 주자들까지 모두 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의 독주체제를 누그러뜨려야 대선경선이 흥미를 더 할 것이란 구상이다.


당내 일각에선 최재형 감사원장을 정권교체를 위한 비장의 카드로 거론하고 있다. 아직 최 원장이 현직인데다 여론조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진 않지만, 개인적인 스토리가 탄탄한 '저평가 우량주'라는 평가가 많다.


최 원장이 지난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선 정권에 맞서 원칙대로 일을 추진하는 소신을 보여준 데다 두 아들을 입양해 키우고, '3대 병역 명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만큼 폭발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한 '윤석열의 시간'…"결정된 것은 없다"


이에 윤 전 총장 측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버스가 먼저 출발해도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윤 전 총장측 이동훈 대변인은 "장 평론가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를 두고 "건전한 갈등"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로 교감하되,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선 안된다"면서 "윤 전 총장도 이정도 갈등도 겪지 않고 후보로 추대할 줄 알았겠나. 이심전심 속에 주고받는 발언이라고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하겠지만 안일한 생각이다. 무탈하게 입당해서 싱겁게 끝나는 시나리오는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 먹는 것"이라며 "당 밖의 다른 분들을 다 모셔와서 제대로 붙어야 본선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당장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을 비롯한 정치적 선택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이 불러서 나왔고, 가리키는 길대로 따라간다고 말씀드렸다. 차차 보면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대망론'을 '대세론'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겨냥하자 반문 정서를 누리며 장외에서 시간을 끄는 게 유리하다는 평론가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기존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도 향후 야권 단일화를 통해 대선 후보가 되는 시나리오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도 "모든 선택은 열려있고,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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