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홍종선의 배우발견㊴] 차세대 K-콘텐츠 이끌 보물의 서막(약한 영웅 Class 1)


입력 2022.12.04 14:01 수정 2022.12.05 16:35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최현욱-박지훈-홍경-이연-신승호 등 젊은 배우 대거 기용한 의의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 1’ 포스터 ⓒ이하 웨이브 제공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 1’ 포스터 ⓒ이하 웨이브 제공

최현욱을 보고 싶어 다시 시작한 OTT(인터넷TV) 웨이브(wavve)였다. ‘약한 영웅 Class 1’(약한 영웅 클래스 원, 이하 ‘약한 영웅’. 제작 플레이리스트·쇼트케이크), 학교폭력이 소재가 된 콘텐츠를 즐기지 않는 터라 피하고 싶었지만, 향후 굵직한 배우로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미리미리 출연작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이겼다.


최현욱 보려다 박지훈도 봤다, 홍경도 봤다.


배우 박지훈, 최현욱, 홍경(왼쪽부터) ⓒ 배우 박지훈, 최현욱, 홍경(왼쪽부터) ⓒ

좋은 배우를 보는 기쁨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 굳이 두 가지로 나누면 이렇다. 잘하는 줄 알고 있고 잘할 것이라 예상하는 배우, 이미 연기력과 호감도로 팬심을 형성시킨 배우의 작품을 봤는데 ‘역시나!’일 때 만족감이 행복의 이름으로 밀려온다. 사실, 예견된 행복감이다. 되레 검증된 배우가 아쉬운 작품이나 연기를 보여주면 실망감이 세 배다.


두 번째의 경우는, 잘하는 줄 몰랐고 잘할지 못 할지 알 수도 없는데 괄목할 만한 호연을 선보일 때 놀라움 속에 즐거움이 배가 된다. 전혀 짐작하고 예측하지 못했기에 기쁨이 큰 ‘깜짝 선물’ 같은 느낌이랄까.


안수호 역의 배우 최현욱. 건강한 단단함 ⓒ 안수호 역의 배우 최현욱. 건강한 단단함 ⓒ

최현욱을 드라마 ‘라켓소년단’에서 보고 놀랐고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보고 팬심이 싹텄다. ‘라켓소년단’에서 탕준상 외에 누가 보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비좁은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묵묵한 캐릭터로 눈길을 붙들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김태리와 남주혁이 이미 물오른 연기를 펼치고 있고 보나 역시 걸그룹 가수 겸업임을 잊게 할 만큼 안정적 연기를 보이는데도, 최현욱은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김태리와 충돌하지 않는 유쾌함으로 극의 파동을 키웠다. ‘약한 영웅’을 봐야 할 이유로 충분했다.


실제로 ‘약한 영웅’에서 최현욱이 형상화한 안수호를 보니 배우로서 에너지 중량을 키웠다. ‘라켓소년단’ 나우찬의 묵직함, ‘스물다섯 스물하나’ 문지웅의 못 말리는 경쾌함과 의리를 더해 너무 낯설지 않게 배우 최현욱의 색깔을 각인시키면서도 ‘비슷하다’라는 느낌 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을 내놓았다. 익숙함과 신선함의 비율을 적절히 잘 맞췄다.


연시은 역의 배우 박지훈. 남다른 아우라 ⓒ 연시은 역의 배우 박지훈. 남다른 아우라 ⓒ

‘약한 영웅’을 통해서 가장 먼저 새롭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발견한 배우는 박지훈이다. 첫 등장부터 ‘어, 이 배우 누구지?’ 싶게 보는 이를 압도했다, 단지 눈빛과 무표정으로. 최현욱이 출연한다는 것, 학교폭력이 소재라는 것 외에 정보를 쥐지 않고 시청을 시작했던 터라 매우 놀랐다. 대사를 내뱉는데 음의 높이도 좋고 음색도 차분하다.


드라마를 끝 회차까지 보고 나서 연시은 역의 박지훈을 검색해 보고 또 놀랐다. ‘워너원’, 보이그룹 가수. 아무리 어린이배우를 한 적이 있다고 해도 믿기지 않는 ‘포스’. ‘약한 영웅’은 8부작의 시작에서 끝까지 박지훈의 분위기로 밀고 나가는 드라마다. 전교 1등 모범생이 학교폭력에 연루되는 과정, 그 심리적 배경을 일일이 설명하거나 불가피했다고 변명하지 않는 드라마의 어조를 박지훈이 해결했다. 드라마를 총괄한 한준희 CP와 연출하고 극본을 쓴 유수민의 선택, 그 배경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요소들을 박지훈이 지녔다.


사실 어떤 배우를 좋아하게 되고, 그 배우의 출연작을 챙겨보게 하고, 일상의 부족한 즐거움이나 행복을 메우게 되는 원동력은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에 있다. 구멍 없는 연기력, 아직 구멍이 있다면 구멍에서 오는 아쉬움을 능가하는 그 배우의 매력 지수.


오범석 역의 배우 홍경. 또 다른 옷을 입은 모습이 궁금한 ⓒ 오범석 역의 배우 홍경. 또 다른 옷을 입은 모습이 궁금한 ⓒ

홍경도 연기력과 매력도가 높은 배우다. 영화 ‘결백’에서 정인(신혜선 분)의 동생으로 등장한 그를 보고 궁금증이 일었다.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은 배역으로 궁금증을 갖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뭐라고 딱 꼬집어 인물의 특성을 한정 지을 수 없게 하는 모호함, 배우로서 좋은 재주를 지녔다 싶어 눈길이 갔다.


‘약한 영웅’에서도 홍경은 피해자로 시작해 가해자가 된 인물인지 마음의 상처가 극심해 그것이 가해로 표출되는 것인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게 오범석을 표현했다. ‘결백’의 그 배우가 맞는지조차 헷갈리게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꺼내고, 안경을 쓰고 벗는 것만으로도 달리 보인다.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백지 같은 마스크, 그 얼굴을 빈 채로 두지 않고 다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연기력.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게 하는 홍경의 힘이다.


전석대 역의 배우 신승호. 오랜만에 만나는 육중함 ⓒ 전석대 역의 배우 신승호. 오랜만에 만나는 육중함 ⓒ

‘약한 영웅’에는 이 세 배우 외에도 장차 K-콘텐츠에서 좋은 재목이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젊은 배우들이 많다. 앞서 말한 좋은 배우가 주는 행복과 즐거움 가운데 이미 ‘깜짝 선물’이거나 향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큰 배우들이 보인다. 드라마 ‘소년심판’ 이후 다시 보니 반가운 영이 역의 이독특한자신의 독특한 매력을 ‘이것이 새로운 표준’이라는 듯 우리를 설득한다. 축구 선수 이력으로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없는 물리적 무게감과 남성미를 지닌데다 악역을 해도 순둥이 눈빛이 겸비돼 있어 이중 매력을 발산하는 신승호를 비롯해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남자 배우들이 즐비하다.


젊은 배우들이 대거 기용된 드라마의 존재 의의를 확인시키는 ‘약한 영웅 Class 1’, 캐스팅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토종 OTT의 상승 에너지를 배가시키고 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