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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과 안전방임이 불러온 참사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기자수첩-국제]


입력 2023.02.08 07:00 수정 2023.02.08 08:04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동부·시리아 북서부 지진 발생

규모 7.8 강진에 여진 잇따라…양국 피해규모 커

5000명가량 사망자 발생…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와 국경 지역인 시리아 이드리브주 베스니아에서 민방위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AP/뉴시스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와 국경 지역인 시리아 이드리브주 베스니아에서 민방위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AP/뉴시스

6일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했다. 해당 지진 피해로 최소 5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는 2만 명을 넘어섰다.


이른 새벽인 오전 4시 17분께 발생한 지진으로 곤히 자고 있던 수많은 시민들이 이유도 모른채 목숨을 잃었다. 순식간에 건물이 붕괴돼 눈앞에서 가족, 친구 등을 잃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도 동이 튼 아침이 더 지옥 같을 것이다. 생존자의 가족과 친구가 건물 잔해 더미에 깔려있지만 피해규모가 크고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탓에 구조작업을 벌일 작업 장비조차 태부족이었다.


국제사회가 단합해 구조활동 지원을 하고 튀르키예와 시리아 당국은 모든 인력을 총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잇따른 여진과 지반이 약해지며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건물들 사이에서 인명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오랜 내전으로 건물 자체가 약해진 시리아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망자가 1만 명은 물론 2만 명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시간마저 없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생존자가 살아있을 수 있다는 ‘골든타임’ 72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겨울인 이 시기, 저체온증마저 온다면 골든타임은 더 줄어든다. 튀르키예 남부 지역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일부 지역은 눈과 비까지 오는 탓에 수색작업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도 이 상황은 혹독하다. 일가족, 지인의 사망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쉴새 없이 잇따르는 여진에 몸서리쳐야 했다. 집을 잃고 길바닥에서 잠을 청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이재민들도 많다. 양국을 돕기 위한 세계 각국의, 국제기구의 구조대와 구조장비, 물품들이 하루 빨리, 조금이라도 더 빠른 시간 내에 도착하길 바랄 뿐이다.


사실 튀르키예의 지진은 역사적으로 자주 반복돼 왔다. 튀르키예가 있는 아나톨리아 대륙판은 북쪽의 유라시아 대륙판과 남쪽의 아라비아·아프리카 대륙판의 경계 지점에 있는만큼 양쪽에서 압박하는 힘을 계속 받는다. 이로 인해 수년 간 여러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든다면 1999년 8월 튀르키예 북서부 도시인 이즈미트에서 발생한 2차례의 지진으로 약 1만 8000명이 숨졌다. 2011년에도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해 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평가되는 튀르키예 북동부 에르진잔주에서 1937년 발생한 지진은 이번 지진과 규모도 같다. 이보다 전인 1800년대에도 대규모 지진이 있었다.


오랜 역사에 기록될 만큼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지도자의 거듭된 실정(失政)’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내진설계가 된 건물이 거의 없었다는 점 등이 참사를 더 키웠을 것이다. 민족 분쟁이나 내전에 휩쓸리다 보니 인프라가 부실할 수밖에 없던 환경까지 겹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영원히 트라우마로 남을 안타까운 인재(人災)로 기록될 것 같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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