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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점유율 92% 육박… '킹산직' 몰릴 수 밖에


입력 2023.03.06 06:00 수정 2023.03.06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르쌍쉐 2월 합산 점유율 10%도 안돼… 격차 심화

전기차 전환 시대, 점유율 격차 가속화 전망

현대차 채용공고 홈페이지, 이튿날에도 '접속대기'

완성차 5사 2월 판매 실적. ⓒ각 사 완성차 5사 2월 판매 실적. ⓒ각 사

국내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쌍용차·르노코리아·한국GM) 중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92%에 육박하면서 독식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강성 노조와 품질 이슈 등이 꾸준히 도마에 오르면서도 10년 만의 생산직 공고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의 지난 2월 내수 판매량은 총 12만 5151대로, 이 중 현대차(65015대)와 기아(50016대)는 11만5031대를 판매해 91.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3사의 점유율을 더해봐야 8.1%에 불과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크게 오른 수치다. 지난해 2월 89.1%에서 1년 사이 2.8%p나 증가했다. 전월(89.8%)과 비교해도 2.1%p 뛰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내수 시장 독식 구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이 발빠르게 이뤄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독주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중견 3사의 전기차 국내 출시 속도가 현대차·기아보다 늦을 수 밖에 없어서다.


실제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기차 시장만 보면,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내연기관보다 훨씬 절대적이다. 한국GM의 전기차인 '볼트EV'는 2월 판매량이 0대였고, 쌍용차의 '코란도 이모션'은 227대에 그쳤다. 르노코리아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모델이 없다.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 고착화로 인한 악순환의 반복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브랜드인 쌍용차는 이제 막 기업 회생 절차를 끝낸 상황인 만큼 몸집에서부터 현대차·기아 대비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에서 현저히 밀린다. 라인업을 늘리고 싶어도 신차 개발을 위한 자본금과 인재 확보가 쉽지 않고, 신차를 내놓아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만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국내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지만, 해외에서도 차를 수입해 들여와야 하는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의 등 외투기업 입장에서는 더 막막하다. 점유율이 10%도 채 되지 않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신차 투자를 할 필요성을 본사에 설득 시킬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또 다시 현대차·기아의 독주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3일 오전 11시 기준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접속자가 많아 대기하라는 안내가 표시됐다. 채용 첫 날인 전날에는 대기자 숫자가 1만명 이상을 나타냈다. ⓒ현대차 채용 포털 캡처 3일 오전 11시 기준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접속자가 많아 대기하라는 안내가 표시됐다. 채용 첫 날인 전날에는 대기자 숫자가 1만명 이상을 나타냈다. ⓒ현대차 채용 포털 캡처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는 최근 현대차가 10년 만에 진행한 생산직 채용 공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대차 생산직은 임금 협상 시즌마다 귀족 노조로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질타를 받아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집 첫 날 지원자가 대거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블루칼라' 이미지가 짙은 생산직 채용에 이번과 같은 폭발적 관심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는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완전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 뒷받침 된 결과로 읽힌다. 국내에서는 이미 경쟁자가 없는 데다 최근엔 해외 시장에서까지 경쟁력을 높이는 만큼 생산량이나 인력을 줄일 이유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은 임금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정년 보장 등의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킹산직(킹과 생산직의 합성어로 생산직 중 최고라는 뜻)'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수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한국 시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외투기업 입장에서는 판매량으로 현대차와 기아를 이길 수 없으니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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