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서울 맞춤 규제 완화에 찬밥 된 지방 부동산시장 [기자수첩-부동산]


입력 2023.03.21 07:02 수정 2023.03.21 07:02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1·3대책 '약발' 서울만…지방은 '악화일로'

미분양 쌓이고 지역 건설사는 줄도산

부동산시장 양극화 심화…추가 대책 마련돼야

최근 지방 부동산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린다.ⓒ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최근 지방 부동산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린다.ⓒ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지방은 진짜 심각해요. (분양을) 안 할 수 있으면 그게 최고라니까요. 지금 당장 지방에서 집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동·호수 지정은 물론 분양소장이 버선발로 마중 나올 겁니다."


기자가 만난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최근 지방 부동산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고금리 기조 속 거래절벽이 심화하자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올 초 대대적인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규제로 틀어막혔던 시장이 숨통을 트면서 집값 하락 흐름은 둔화되고 거래도 점차 늘고 있지만, 결과적으론 서울 부동산시장만 살렸다.


지난 17일 기준 올 들어 전국에서 신규 분양한 단지들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6.1대 1이다. 서울은 3개 단지, 393가구 모집에 2만2401명이 접수해 평균 5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미분양 우려가 나오기 무섭게 정부의 규제 완화로 시장 분위기가 회복세를 탄 셈이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집을 살 여력이 있다면 기자 역시 지방보다는 서울을 택할 게 분명하다.


반면 지방은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청약 미달은 당연한 게 돼 버렸고, 지역 업체들의 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지방에서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을 넘어선 지역은 경남(28.4대 1), 부산(12.1대 1), 광주(7.5대 1) 등 3곳에 불과하다.


미분양 물량은 위험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올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7만5000가구를 넘어섰으며 이 중 84%가량이 지방에 몰려있다.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대구는 시 자체적으로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다.


상대적으로 지방에 분양물량이 많은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은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분양가 할인은 기본이고 현금 및 고가의 상품 지급 등 파격적인 혜택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문을 닫는 업체들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키스콘(KISCON)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폐업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는 352곳으로 1년 전(233곳)과 비교해 51%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 부도 처리된 충남지역 건설업체인 우석건설, 경남지역의 동원건설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얼어붙은 매수심리를 달래고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꾀하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처럼 시장 양극화가 가속화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지방은 여전히 시장 침체가 진행 중이고 당분간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힘들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는 지역균형발전이다. 이는 부동산 정책에서도 예외여선 안 된다. 늘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보다는 서울로 기울어진 운동장임이 분명한 부동산시장에서 좀 더 세심한 접근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자수첩-부동산'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