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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국회의원 어떨까요?


입력 2023.06.05 07:07 수정 2023.06.05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인공지능에 밀려나는 화이트칼라

부총리를 ‘입벌구’라고 부른 의원

의원 기행백태 정기간행을 권한다

ⓒ 데일리안 ⓒ 데일리안

AI(인공지능이)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잠식해 갈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AI와 경쟁해야 하고, 갈수록 그 양상이 치열해질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분야에서 인간이 밀리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는 아니겠지만.


챗GPT(대화형 인공지능)가 실재로 일터에서 사람을 밀어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카피라이터 올리비아 립킨(25)이 최근 별다른 이유 없이 해고됐다. 알고 봤더니 카피라이터를 쓰는 것보다는 챗GPT가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2일 이 같은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보도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생성형 AI가 전 세계에서 3억 개의 정규직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4일 언론들이 인용 보도한 내용이다.

인공지능에 밀려나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가 로봇에 의해 생산 라인에서 배제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다. 이제 화이트칼라도 AI에 밀려 일자리에서 추방당하는 게 현실이 되었다. ‘추방’이라면 너무 살벌한 표현이지만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보면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일단 시작된 연구는 계속되게 마련이다. 인간의 호기심보다 강렬한 동기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성취욕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간의 존재양식에 엄청난 변화를 강요하리라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AI 연구와 발전을 멈춰 세울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인간의 지적 능력까지 로봇에 밀려난 세상의 모습은 벌써부터 사람들의 상상력 속에 가득 들어와 있다. 예건대 영화 터미네이터는 1984년에 개봉됐다. 조지 오웰이 빅브라더에 의한 전체주의적 사회통제를 그린 소설 ‘1984’와 같은 해다. 오웰 역시 인간의 기술이 만들어낸 텔레스크린과 도청장치 등이 인간을 노예화하고 마는 빅브라더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다만 터미네이터에 이르러서는 인간 빅브라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로봇 빅브라더가 인간을 지배한다. 그 영화 시리즈는 그래도 인간의 최종적 승리를 그리고 있다. 그 애처로운 희망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AI시대는 그게 아닐 수도 있다. 암울한 전망이지만 그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추세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상상일 뿐이니 너무 주눅 들지 말고 가상의 상황을 즐기기로 하자. 인간의 다른 직업들은 아직 AI에 뺏겨도 될 때가 아니다. 역할이 없어진 인간은 동물로 퇴화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철저한 무위도식의 삶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아무 역할이 없어도 살아가게 되도록 인간성과 존재양식이 개조될 때까지는 연구를 늦춰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하나의 직종은 지금 당장 AI로 대체해도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정치분야의 일자리, 특히 국회의원직이다.


이들이 공익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의사당에 모여서 한다는 일이 고함지르기, 모욕주기, 조롱하기, 윽박지르기, 호통치기, 억지의혹제기하기, 삿대질하기 등이 고작이다. 이런 작태에는 이골이 나 있어서 머리 쥐어짜며 생각해낼 것도 없다. 입을 열면 그저 쏟아진다. 어떤 여성의원이 경제부총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부총리를 ‘입벌구’라고 부른 의원

“입벌구를 아느냐? 입만 열면 구라라는 건데 비속어가 있다고 하니까 제가 입열거라고 새로 만들게요. 입만 열면 거짓말을 많이 하고 계세요.”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부총리 역성을 들일은 아니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의 언사가 이렇게까지 막장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물론 이보다 훨씬 더 심한 말을 더 고함지르며 하는 의원들도 많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불린다. 정부 각료는 국민의 공복이다. 비유하자면 주인의 대리인이 가사 도우미를 조롱하고 질타하는 장면이다. 이런 행태를 보이라고 대리인 자격을 준 것이 아니다. 일반 가정에서 가사도우미를 이런 식으로 대우했다가는 바로 SNS, 유튜브 등에 퍼져버린다. 집 주인은 그 동네에서 고개를 들고 살 수가 없게 된다. 백배 사죄하고 대리인을 해고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존재감을 높이고, 벼슬자랑을 하고 싶어서, 그리고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로부터 점수를 따겠다고, 장관들에게 일부러 사나운 목소리로 호통을 친다고 짐작이 되기는 한다. 그런데 도대체 그럴 수 있는 권리를 누가 준 것인가? 국민이 그러라고 표를 준 것은 아닐 텐데 왜 국회의원이 되어 장관들을 상대할 때만 되면 그런 태도가 튀어나오는지, 보는 사람이 낯 뜨거울 지경이다.


일이나 잘하고 그런다면 그나마 봐주겠는데 대개는 국회의원 위세떨기, 발언 또는 질문하는 사진을 찍어서 돌리기, 사익(私益) 챙길 궁리하기에 더 능하다(이런 유의 행동으로 동네방네 호가 난 의원들의 경우에만 해당). 회의 시간에 휴대전화에 꽂혀 있다가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라며 황당한 고집을 피운 의원이 전형적인 경우다. 아마 가상화폐 거래를 하느라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있다. 어떤 의원은 ‘법인 한**’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이라고 우겨댔다(이렇게 억지를 부리고 소리를 질러댈수록 후원금이 잘 걷힌다는데 보낸 사람들의 심사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의원 기행백태 정기간행을 권한다

이참에 국회차원이든 정당차원이든 해마다 ‘의원기행백태(議員奇行百態)’를 단행본으로 발간하는 게 어떨지 권하고 싶다. 흔한 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하여! 국회의원들이 본업은 팽개치고 엉뚱한 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의원 한 사람에게 국가공무원 신분의 4급 2명, 5급 2명, 6,7,8,9급 각 1명씩의 보좌관 및 비서가 지원된다. 거기에 유급 인턴 1명까지 더해진다. 무려 9명이 의원 한 사람에 봉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고급인력을 거느리고 있으니 의정활동에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보좌진이 다 해줄 테니까.


행정부나 사법부의 구성원들이라고 크게 나을 것도 없지만 우선 보고 싶지 않고, 안 봐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이 (막가는) 국회의원들이다. 그러니까 우선 이쪽부터 AI의 신세를 지는 게 좋겠다. AI 입법부에는 정당대결이 없을 것이다. 당연히 정파적 대립과 당리당략적 입법 작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대 정당의 보스가 입법부를 장악하고 권력자 행세를 하는 모습을 안 보게 되는 것도 큰 소득이다. 국민의 대표라고 뽑아줬더니 정당 보스의 마당쇠노릇이나 하는 한심한 작태가 되풀이 될 리도 없다. 그야말로 클린 입법부가 되는 것이다.


무정부주의의 손을 들어주자는 것이 아니다. 이성 지성 합리성 도덕성과 같은 덕목을 거추장스러워하는 의원은 국가적 부담이다. 어차피 이런 의원들은 본업에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이들에게 그 많은 비용을 들이고 온갖 특혜와 특권을 부여하기보다는 AI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지 않겠느냐고 묻고자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바로 국회의원님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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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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