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순례’ 열풍에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 우후죽순 들어서
전국 빵 맛집 온라인서 주문…“거리 기준 제한 유명무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업에 대한 신규 출점 제한이 10년 간 지속된 사이 대형 베이커리 카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등 동네빵집의 경쟁자들은 우후죽순 늘어났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정조준해 규제 사각지대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빵지순례(빵+성지순례)’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의 이름난 빵 맛집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찍고 다양한 제품에 대한 시식평을 올리는 콘텐츠 열풍이 불면서 유명 빵집이 위치한 지역 도시들까지 재조명될 정도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점에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는 한 달 동안 140만명에 달하는 빵지순례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만7000여명 수준으로 디저트 고객 중 이전까지 강남점 구매 이력이 없던 신규 고객은 작년보다 90% 증가했다.
빵 등 프리미엄 디저트에 대한 관심은 백화점뿐만 아니라 외식 창업 시장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수도권 외곽지역에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동네빵집에 비해 훨씬 높은 창업 비용이 필요하다.
수백평 부지는 물론 인테리어 비용도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들어간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핵심상권에서 비해서는 거리가 멀지만 오픈런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에는 지역 관광지를 중심으로 생기다가 최근에는 수도권 인근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거리 상으로는 동네빵집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들의 등장과 더불어 온라인 배송 시장이 확대되면서 동네빵집의 매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주요 이커머스에서 전국구 빵 맛집의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거리에 대한 제한을 사라진 셈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초대형 베이커리 전문점에서는 보통 빵 말고도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데 그렇다 보니 빵만 판매하는 제과점업 보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거리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규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면서 “온라인으로 지역 빵 맛집의 영향력이 전국구로 확대됐다. 인근 출점만 막아서는 동네빵집 보호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커머스와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더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일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전문점 역시 동네빵집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대기업으로 불리는 더본코리아의 빽다방 빵연구소가 대표적이다. 브런치 등 1만원 미만으로 구성된 가성비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빽다방 빵연구소는 지난 2018년 서울 강남구 신사사거리점을 1호 매장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에 19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합리적인 가격을 강조하는 만큼 상품 단가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에 비해 낮지만, 백종원 대표의 인지도가 높고, 더본코리아가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경험이 있는 만큼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2년 기준 빽다방 빵연구소 가맹점의 연간 면적 당(3.3㎡) 평균 매출액은 1004만원으로 파리바게뜨(2781만원), 뚜레쥬르(1932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고 있지만 편의점, 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더해 온라인 시장까지 가세하면서 사실상 무한경쟁 시장이 된 상태”라면서 “규제 사각지대가 늘면서 오히려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됐다. 시장 내 플레이어들이 건강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빽다방 빵연구소 등 다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도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월 대기업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 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재지정 시에는 적용 대상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동네빵집들은 여전히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빵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금은 꼭 빵집이 아니어도 빵을 판매하는 채널이 워낙 많다 보니 콕 집어서 영업권을 침해받는다는 대상을 선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아무래도 대기업 빵집들은 할인부터 광고까지 동네빵집이 하기 어려운 마케팅 활동을 폭넓게 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가까운 곳을 우선 떠올리기 때문에 근처에 대형 빵집이 없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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