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무임승차·끼워팔기 등 문제 산적
"자율규제와 규제 제도화는 보완 관계"
"법적 규제해야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과기부·방통위도 공감…개정안 마련 중
인앱결제 강제와 망 무임승차 등 글로벌 플랫폼 공룡들의 횡포가 거세지고 있다. 국회가 강력하고 명확한 법적 규제를 통해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1일 여의도 국회에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열린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특정 사업자를 옭아매서 사업하지 못하게 하자는 게 아니라 국내 사업자가 동등한 환경에서 투명하게 경쟁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 조성자이면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거가 되는 플랫폼 규율의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국정감사를 거치며 재점화한 글로벌 빅테크와 토종 플랫폼 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개선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논의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구글, 애플, 유튜브 등 이들 기업은 망 사용료 무임승차, 자사 서비스 끼워팔기, 인앱결제 강제, 조세회피 논란 등으로 꾸준히 도마 위에 올라왔다.
신 교수는 “오픈마켓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수준이 상당히 낮다”며 “정부 규제의 차이로 시장 내 경쟁 우열이 가려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글로벌 플랫폼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자율규제와 규제 제도화는 보완 관계로서 함께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율규제는 대상이 스스로 부과한 표준을 위반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라고 판단할 때 성공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일종의 경제·사회·규제적 압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타국은 자국 상황에 따라 상이한 규제 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벌금을 부과하거나 플랫폼을 차단하는 엄격한 관리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이하 DMA),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이하 DSA)를 올 초 시행했으며, 디지털네트워크법(Digital Networks Act, 이하 DNA)의 입법을 예고했다. 미국은 ‘인터넷 플랫폼 책임 및 소비자 투명성법’이 발의돼 기업이 명확한 콘텐츠 조성 정책을 수립해 사용자를 보호 및 책임지도록 한다. 모두 시장 지배적 행위를 규제하고 이용자 보호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신 교수는 “기업 스스로 부과한 표준을 지키는 과정에선 인센티브가 필요하고, 그 인센티브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법제화한 규율”이라며 “규제가 들어온다고 하니 규제를 덜 받기 위해 액션을 취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의 적시성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신 교수는 “눈덩이가 이미 커진 상태에서 부서지면 산사태가 나는 것이랑 동일하다. 이미 다른 사업자가 시장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사업자가 가격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제한해도 방법이 없다”며 “적시성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고 임시 조치 등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장 토론회에 참여한 정부 부처 관계자도 자율규제와 규제 제도화가 함께 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팀 정건영 팀장은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이 심화하면서 자율규제로 해소할 수 없는 부작용은 유연하고 합리적인 규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자율규제 관련한 인센티브 사안을 담은 개정안을 추진해 관련 소위에서 논의 중이며, 자국 현실에 맞는 규제 정책이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 전혜성 과장도 “자율규제와 입법이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해 전기통신사업법상의 규제 담당 부서를 독립시켜 별도의 국으로 만들었다”며 “부가 서비스 사업에 관한 내용을 담아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고,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보호를 위해 어떤 것들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하는지 초안을 마련해 법안제정 추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