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인디게임 축제 '버닝비버' 개최
83개 팀 참여…FPS·소울라이크 등 장르 다양
"한 번 해보고 가세요."
"게임 어떠셨나요?"
열정으로 가득 찬 인디게임 창작자들이 한 데 모였다. 젊은 개발자들은 저마다 부스 앞에 서서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관람객들에게 말을 붙였고, 시연 빌드를 체험하는 이들을 뒤에서 긴장 반 설렘 반인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과 관람객들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자 자유로운 창작 생태계 조성의 단초로 작용할 이곳, '버닝비버 2024' 현장이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 1관에서 열린 버닝비버 2024를 방문했다. 버닝 비버는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재단에서 주최하는 인디게임·문화 축제다. 국내 인디게임 저변을 확대하고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올해 행사에는 83개의 인디게임 개발팀이 참가해 각자 게임을 선보인다.
현장에 들어서자 버닝비버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비버'가 입장을 반겨줬다. 부스들이 모여있는 메인 공간 구성은 지난해와 동일했다. 현장 이벤트가 열리는 중앙 무대를 둘러싸고 부스들이 열을 이루고 있었다.
전시된 작품은 액션, 레트로, 퍼즐, 소울라이크 등으로 지난해보다 다채로웠다. 각 부스에는 1~2종의 게임 시연을 위한 기기가 준비돼 있었다.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구성된 네온조명이 행사장 전체를 비춰주고 있어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기자는 가장 먼저 트라이펄게임즈 부스를 방문해 PC온라인 소울라이크 신작 '베다'를 체험해 봤다. 인디게임이라고 믿기지 않는 수준으로 정평이 난 작품이라 호기심이 일었다. 베다는 고대 바이러스로 인류의 90%가 사망한 후 근미래를 세계관으로 한다. 이용자는 지하 벙커에서 살아가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역경을 헤처나가게 된다. 스마일게이트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인디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트라이펄게임즈 주예준 사업 매니저는 "이번 행사에서는 이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보스나 캐릭터를 실물 크기로 바꾼 버전을 처음으로 선보인다"며 "베다가 인디게임의 퀄리티로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인디게임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은 인원으로도 이런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라이펄게임즈를 지나 다음 열로 들어섰더니 어두운 포스터가 눈에 띄는 부스가 있었다. 헤드폰을 낀 관람객들이 유독 게임에 몰입한 듯 했다. 개발사 '크레젠트'의 부스였다. 이들은 개발 중인 협동 공포 FPS(1인칭 시점 슈팅) 게임 '시냅스'를 선보였다. 지난 8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2024(이하 BIC 2024)'에서 수퍼톤 스폰서 픽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시냅스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12명의 창작자들이 만들고 있는 작품이다. 올해 1월 기획을 시작해 약 11개월 째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특정 맵에 들어가 로봇을 피하면서 미션을 수행해 탈출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크레젠트 최재민 프로그래머는 "시냅스는 인디게임에서 흔치 않은 1인칭 FPS라는 점과 그래픽이 특장점"이라면서 "게임을 개발하면서 홍보 등 비용이 수반되는 측면에서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버닝비버는 게임만 들고 오면 되니 부담이 덜하다. 지금까지 많은 프로그램을 참여했지만 역대급"이라고 전했다.
올해 출품작 중에는 일상적인 순간의 감정을 그린 게임도 눈에 띄었다. '아네모네' 팀의 인터랙티브 게임 '소희'가 대표적이었다. 주인공 소희에게 닥친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는 내용을 담았다. 동서대학교 학생들의 졸업작품으로, BIC 2024에 참가했던 기억이 인상적이어서 올해 버닝비버에도 참가를 확정짓게 됐다고 전했다.
소희 개발팀의 박영민 프로그래머는 "주인공 소희가 겪게 되는 문제들이 전부 상당히 무게감 있다"며 "포기하고 싶은 일이 닥쳐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등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친구나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의 비밀을 찾아내며 팔로워를 모아가는 '반지하게임즈'의 추리 어드벤처 게임 '페이크북', 네트워크 속 존재가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타르프 스튜디오'의 'NPC: 논 퀄리아 캐릭터' 등 참신한 작품들이 출품됐다.
스토브인디는 행사 기간 중 퍼블리싱과 입점을 논의할 수 있는 인디게임 창작자 미팅존을 마련했다. 사전 신청자 외에 현장에서 데모 빌드나 차기작을 준비 중인 개발자는 스토브인디와 각종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버닝비버에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리워드존'에서는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 제작 및 직군 진로 체험 원데이클래스, 타로, 포토 부스 등이 운영된다. 팝업 코너에서는 버닝비버 한정판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행사 현장 내에서 '비슐랭 가이드'를 통해 여러 미션을 수행하고 받은 포인트를 굿즈와 교환할 수도 있다.
퓨처랩 재단 황주훈 팀장은 "올해도 새로운 세계관으로 돌아온 만큼 인디게임 체험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며 "열정 넘치는 창작자들의 게임이 전시되는 버닝비버에서 인디게임 고유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