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실적 성장에도 ETF 성적에 ‘발목’
내년 3월 대표 임기 만료 앞둔 한투도 ‘주목’
KB·신한, 금융그룹 내 쇄신 분위기 영향 변수
연말 인사 시즌이 시작되면서 자산운용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한화자산운용에 이어 삼성자산운용도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양사가 올해 실적 개선세를 보였음에도 최고경영자(CEO) 교체라는 강수를 단행하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업권 전반으로 확산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이 날 신임 대표이사로 김우석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부사장)을 내정했다. 이로써 지난 3년간 회사를 이끌어오던 서봉균 대표이사가 퇴임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서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대표직에 올라 3년 동안 회사 수장을 맡아왔다. 삼성자산운용은 통상 2~3년 주기로 대표이사를 교체해 온 만큼 서 대표는 올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가 대표직에 오른 이후 회사 실적 성장을 유도한 만큼 연임 여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그의 취임 전인 2021년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879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066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3분기 누적 625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서 대표가 취임한 이후 ETF 점유율이 하락세를 지속한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의 취임 전인 2021년 말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42.47%였지만 지난 27일 기준 점유율은 38.16%로 4%포인트 이상 하락한 상태다.
특히 올해 ETF 시장 점유율이 40% 밑으로 떨어지면서 경쟁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 대표 교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40.25%로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36.89%)과의 격차는 3.36%포인트였다. 하지만 지난 27일 기준 양사의 점유율은 38.16%와 36.36%로 격차가 1.8%포인트로 좁혀졌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1년 사이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인데 이처럼 20년 넘게 지켜온 1위 자리가 위태로워지자 CEO 교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운용사간 ETF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교체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한화자산운용이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도 ETF 점유율 및 경쟁력 제고를 고려한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화자산운용은 권희백 전 대표가 수장으로 있던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점유율 5위를 유지했으나 이후 신한자산운용에 자리를 내주며 6위가 된 데 이어 지난 7월 말부터는 키움투자자산운용에게도 밀려 7위까지 내려 앉았다. 이에 지난 8월 29일 권 전 대표의 임기가 6개월 가량 남았음에도 신임 대표이사로 김종호 경영총괄을 내정했고 다음 달인 9월 11일 김 대표가 취임했다.
권 전 대표 역시 회사의 실적 반등을 이끌었음에도 대표직에서 갑작스럽게 내려왔다는 점에서 서봉균 대표와 유사하다. 권 전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 2022년에는 순적자(-191억원)를 기록했으나 그의 취임 이후 실적이 개선돼 올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442억원에 달했다.
호 실적에도 ETF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한화자산운용에 이어 삼성자산운용도 수장 교체를 단행하자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운용업계에 긴장감이 감지된다.
가장 시선을 끄는 곳은 배재규 대표이사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투운용의 ETF 점유율은 7.24%로 3위인 KB자산운용(7.46%)을 바짝 뒤쫓고 있다. 배 대표가 성과를 거두며 연임 가능성을 높였지만 그동안 두 차례 연임을 한 상황으로 업권 내 분위기도 유임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경우, 금융그룹이 자회사 CEO들에 대한 인사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KB금융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의 김영성 대표는 지난해 말 선임돼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아 교체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당시 신임 대표이사로 2년의 임기를 부여 받은 만큼 과거 사례를 감안해도 유임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최근 KB금융이 조직에 새 바람을 넣기 위해 KB국민은행장을 교체하는 강수를 두면서 KB자산운용을 비롯한 다른 자회사들로 교체 기류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 27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추천하며 은행장 교체를 단행했다. 이에 KB자산운용에도 변화 쇄신 움직임이 감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 2년을 보장 받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한금융 계열사는 통상 첫 임기 2년에 추가 임기 1년을 받는 방식으로 연임을 결정하는데 조 대표는 이례적으로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2년 임기를 보장 받은 상태다.
조 대표 연임 후 회사는 실적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신한자산운용의 당기순이익은 953억원으로 연간 순이익 1000억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3819억원)에 이은 업계 2위로 업계의 전쟁터가 된 ETF 시장에서 상품 차별화로 존재감을 보인 점도 연임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회사인 신한금융의 기류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의 14개 자회사 중 신한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한 12곳의 CEO 임기가 다음 달 종료되기 때문이다. 다른 자회사들에서 교체 바람이 불 경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운용사의 꽃이 되어버린 ETF 부문 성적이 주요한 평가 요인이 됐다”며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는 그룹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기에 임기가 남았어도 예측이 어려워 마음 놓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