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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농업과 도시농업으로 도농이 상생하는 경기도 만들 것” [인터뷰]


입력 2024.12.03 13:12 수정 2024.12.03 13:12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디지털농업 선도자 역할 자처

기존 관행농업 탈피한 파격행보 주목

내년 1월 취임 1주년…도시농업도 궤도 정착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이 내년 1월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성 원장이 그동안 노력해 온 경기도 농업 정책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경기도는 범위가 상당히 크다. 대한민국에서 면적이 가장 큰 지역이 아닌데도 지리적으로 넓게 분포돼 있다. 경기도 동쪽 끝인 가평군 일대에서 서쪽 끝 강화도 근처를 직선거리로 환산하면 약 100~110km 정도다.


또 경기도 북쪽 끝인 연천군과 파주시 일대, 남쪽 끝은 평택시와 안성시 일대의 직선거리는 약 110~120km 정도다. 동서남북 모두 실제 도로를 따라 이동하게되면 거리는 더 길어진다. 자가용으로 경기도를 동서 혹은 남북 끝에서 끝까지 횡단하게 되면 적어도 2~3시간은 족히 걸린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사진)은 이렇게 넓은 경기도 일대의 농업 현장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챙긴다. 그의 농업 철학인 ‘디지털’을 앞세워 경기도 농업이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취임한 성 원장이 어느덧 11개월을 맞았다. 취임 1주년에 앞서 마주한 그의 얼굴은 경기도 농업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방향으로 정착해야 할 지 이미 해법을 찾은 모습이었다.


성 원장은 농촌진흥청에서도 유명한 ‘디지털농업 전도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경기도농업기술원장으로 취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숙명이었을지 모른다. 전라도, 경상도 등 농업 기반 지역보다는 낙농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가 디지털 선진 농업을 전수하는데 더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성 원장은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 단장을 역임할 정도로 디지털농업에 적극적이다. 데이터를 토대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 농업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그의 농업 철학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실제로 성 원장은 지난 1월 취임당시 기존 관행농업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동안 농진청에서 쌓아 온 노하우를 농업 현장에 싹 틔우는 첫 걸음을 땐 것이다.


성 원장은 “발령 받고 3개월 동안 디지털농업을 구상하고 준비했다. 취임 100일이 되는 날 전 직원 앞에서 비전을 발표했다. 동영상도 촬영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도 공유하는 과정이었다”며 “비전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그가 구상한 경기도 디지털농업 비전에는 사업별로 내용, 목표, 세부 추진계획, 성과지표, 기대효과 등이 일목요연하게 담겼다. 특히 환경보호를 위해 책자로 인쇄하지 않고 PDF파일로 만들어 농업기술원 직원, 시군 농업기술센터 직원, 농촌진흥청 등에 공유했다. 디지털농업 전도사 다운 효율적인 운영이었다.


그는 디지털농업 비전 발표 후 경기도 전역을 돌며 디지털농업의 중요성을 설파하는데 힘을 쏟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을 위해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은 성 원장이 얼마나 농업의 미래를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 원장은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올해 도내 2개 시·군에서 시범 운영 중”이라며 “기상청은 일기예보를 할 때 5km단위 동네 예보를 하는데, 농촌진흥청에서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그 위에 지형정보를 더해서 30m단위 농장 일기 예보를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스템을 내년에 경기도 9개 시군에 설치하고, 내후년까지 21개 시군으로 확대하기로 농진청과 협의를 마쳤다”며 “현재 평택과 안성에서 서비스 중이다. 데이터를 기반한 농업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농업은 ‘정밀농업’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밀농업은 토양 정보에 기반한 파종, 논 내 위치별 작물 생육상태에 기반한 잡초관리, 위치별 수확량 모니터링,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분석해서 내년도 영농계획을 세우는 과학 영농을 의미한다.


성 원장은 “정밀농업을 경기도에서 구현해보고자 대기업인 대동,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화성 독정미곡처리장(RPC)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홍보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도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디지털농업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그는 그동안 일선에서 겪은 노하우를 경기도 농업 현실에 맞게 체질을 개선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해외 교류는 중국 랴오닝성 농업과학원과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 중북부지역에 적합한 벼 품종 개발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한반도 중북부 위도와 랴오닝성 위도가 비슷하다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그는 “랴오닝성이 한반도 중북부의 기상과 기온이 비슷하다. 한반도 중북부지역에서 재배하기 적합한 벼 품종을 개발할 경우 품종 개발과정에서 꼭 필요한 지역적응시험을 랴오닝성 농업과학원에서 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의 최고 무기인 ‘디지털’ 부문은 정약용 선생의 3농 정책 중 ‘상농(上農)’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디지털도구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 첫번재 행보로 ‘디지털영농일지’를 만들었다. 내년부터 전문경영인에게 보급될 예정이다.


성 원장은 “디지털영농일지에 있는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명장 모델을 만들고, 이 모델을 귀농하신분들께 보급하면 손쉽게 명장 수준에 버금가는 농사가 가능할 것”이라며 “동시에 농사를 잘 짓는 명장은 명장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이름을 딴 명장모델을 만들어드릴 예정이다. 이것이 정약용 선생의 상농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농업의 최종 목표는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에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검사 결과와, 병원에 있는 개인의 의료정보를 결합해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농산물과 연결하는 플랫폼 작업이 한창이다.


이와 함께 개인이 구내식당에서 먹는 것이 개인 유전자에 기반한 맞춤형 식단과 어느정도 일치하는지를 분석해서 부족하거나 남은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농업기술원 직원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현장 일선을 직접 챙기는 것과 동시에 성 원장이 공을 들이는 것은 바로 ‘농업의 중요성’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경기도 일대의 지자체와 유관기관을 돌며 특강을 하고 있다. 진정한 ‘디지털 전도사’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특강은 사례를 받지 않았다.


그는 “데이터를 활용한 미래농업을 대비해야하고, 우리네 삶에서 농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조하는 특강을 다녔다”며 “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의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비롯해 지방자치인재개발원 장기교육 간부 공무원 대상, 디지털플랫폼정부 혁신과정,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에서 미래 농업에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 원장은 내년부터 디지털농업과 함께 도시농업을 투트랙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려식물이나 곤충산업 등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경기도 반려식물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 위한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지난 6개월간 정책연구 용역을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반려식물과 함께 도민의 행복을 키워나가는 경기도’ 비전을 내세운 4대 전략 방향 등 기본 계획안이 검토됐다.


성 원장은 “기본계획에 포함된 4대 전략은 기술 개발 및 연구사업, 창업·경영 및 기술지원, 협력체계 구축, 행사 및 홍보로 방향을 설정했다”며 “내년에는 반려식물을 비롯해 경기도 내 도시농업 비중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프로필>

▲1967년 전남 해남 출생 ▲광주서석고등학교 ▲전남대학교 농학 박사 ▲전남대학교 대학원 공학 박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장 ▲농촌진흥청 대변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미래기술특별위원회 위원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 ▲제34대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장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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