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 대잔치'로 흐르는 '탄핵정국'

김어준, 과방위 출석해 미확인 주장 쏟아내

이재명도 "그럴 법한 집단" 음모론 올라타

김장겸 "괴담의 장사꾼 김어준 음모론을

국회로 끌어들인 민주당이 더 큰 문제"

유튜버 김어준 씨가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계엄 관련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미확인 주장을 펼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호위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고 있다. ⓒ뉴시스

12·3 비상계엄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엄중한 '탄핵 정국'에서 일부 정치인이나 유튜버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분별하게 퍼뜨려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주장의 진위 검증이 어려운 외국을 정보의 출처로 제시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끔 하고 있다.

유튜버 김어준 씨는 13일 오전 국회 과방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포 뒤 사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김어준 본인은 체포한 뒤 호송하는 과정에서 습격해 구출하는 시늉을 한 뒤 도주 △특정 장소에 북한군복을 매립한 뒤 일정 시점 이후에 북한 소행으로 발표 △미군 몇 명을 사살해 북폭을 유도 △북한산 무인기에 북한산 무기를 탑재해 사용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이도 모자라 김어준 씨는 "생화학 테러에 대한 제보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 전부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워낙 황당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면서도 "출처를 일부 밝히자면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내뱉었다.

이같은 김 씨의 음모론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올라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씨의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충분히 그런 계획을 했을 법한 집단"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국방부 차관을 상대로 "괴담의 장사꾼 김어준 씨가 과방위에 출석해서 자신을 대상으로 암살조가 가동됐다, 생화학 테러가 준비됐다고 주장했다"며 "사살 명령이나 생화학 테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김어준 씨가 설파한 내용을 보면 체포된 한동훈 사살, 조국·양정철·김어준은 호송 부대를 습격해서 구출하는 시늉 후 도주, 특정 장소에 북한군복을 매립하고 일정 시점 후 북한 소행으로 발표, 미군 몇 명을 사살해서 북한 폭격을 유도, 북한산 무인기에 북한 무기를 탑재해서 사용한다"라며 "신빙성이 있느냐"고도 질문했다.

김선호 차관은 김 의원의 질문에 "아는 바 없다"며 "내가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그런 사실을 확인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김장겸 의원은 "더 큰 문제는 저잣거리에서도 통하지 않을 음모론을 국회라는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인 민주당"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시국을 볼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국정 안정이고, 국정 안정이 돼야 경제도 안정되고 대외 신인도도 문제가 없을텐데, 가짜뉴스가 쏟아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한 총리도 "정말 굉장한 가짜뉴스들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고 공감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더 이상 (김어준 씨의 가짜뉴스가) 퍼지지 않도록 조속히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주한미국대사관도 김 씨의 주장과 관련해 미국이 제보하지도 않았고 관계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아무말 대잔치'는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앞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윤석열정부 사람들과 상종을 못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지난 금요일 5개국 주한대사들이 만나, 만약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포함해 국제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역시 해당 외국에 의해 즉각 반박됐다. 주한미국대사관은 SNS를 통해 "주한미국대사관은 외교적 대화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지만, 김준형 의원이 언론에 필립 골드버그 대사의 발언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주한영국대사관도 영국의 APEC 불참 가능성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준형 의원이) 제기한 주장은 부정확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