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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페이퍼맨', 공포와 웃음으로 비춘 청춘 주거난의 민낯 [D:영화 뷰]


입력 2024.12.13 12:21 수정 2024.12.13 12:2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세입자' 윤은경·'페이퍼맨' 기모태 연출

'세입자'와 '페이퍼맨'이 집이 없어 고전하는 현대 청춘들의 현실을 각각 블랙 호러 장르와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며 '웰메이드 독립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입자'는 지난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시작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상, 대만금마장영화제 등 해외에서 먼저 받은 작품으로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는 신동(김대건 분)이 월셋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화장실을 신혼부부에게 '월월세'를 주면서 시작한다. 신동의 집주인은 집을 리모델링하겠다며 나갈 것을 권유하지만, 월월세를 주면 계약관계가 복잡해져 집을 쉽게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친구의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는 점점 신동의 영역을 침범하고, 회사의 파견근무로 이 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신혼부부가 살림이 어려워져 화장실의 천장을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줬다고 고백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자신이 집주인에게 써먹었던 방법에 다시 발목을 잡히게 된다. 결국 정부가 만들어 놓은 월세, 월월세, 천장세의 시스템은 개인이 아닌, 정부가 도시에 청년들을 붙잡아놓기 위한 덫이었음을 깨닫는다.


'세입자는 이러한 복잡한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갈등을 블랙 호러 특유의 긴장감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현대 사회의 주거난이 가져오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공간을 둘러싼 인간관계의 취약성을 통해, 단순히 물리적 주거지가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과 심리적 안정까지 위협받는 현실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세입자'가 블랙 호러 장르의 특성을 살려 심리적 압박감을 극대화해,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면 '페이퍼맨'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데 있어 블랙 코미디라는 접근법을 활용, 사회적 약자의 생존기를 우스꽝스럽지만 공감 가게 그렸다.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섹션에 초청작이다.


이 작품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린 전직 금메달리스트 인목(곽진 분)의 이야기다. 한 때 잘 나갔지만 집에서 퇴거당해 금메달과 영광의 순간이 담긴 사진 한 장만을 챙겨 굴다리 아래 폐지로 종이집을 짓고, 폐지를 주우며 생존을 도모한다.


생각보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폐지 줍는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인목은 자신과 친해진 기동을 꼬드겨 폐지 줍는 일에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박스 침낭뿐이던 인목의 종이집은 서서히 평수가 넓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폐지 값 상승에 눈먼 더 젊은 놈들까지 조직적으로 끼어들어 활개치기 시작하면서 인목의 하루하루는 힘들어진다.


이 독특한 설정은 현대 사회의 빈곤 문제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소외된 이들이 처한 현실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종이로 지어진 집이라는 상징적 소재로 경제적 불안정성과 사회적 보호망의 부재를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두 작품은 현대 사회의 주거 문제를 재조명하고 있지만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무능함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청춘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영화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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