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계 물류 시장에 불확실성↑
커진 선박·몸집 키운 해운동맹 대응 필요
정부, 부산항 ‘글로벌 거점항만’ 육성 계획
시설 대형화·배후단지 확대 구축 등
정부가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복잡해진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항을 세계 3위급 거점항만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진해신항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운영사를 단일화해 규모의 경제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부산항과 해외 공급망 거점 연결을 위해 해외물류센터를 확대하는 등 전방위적 지원에 나설 예정인데, 사업 성공 여부는 항만배후단지를 얼마나 활성화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11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글로벌 거점항만 구축전략’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국가 간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물류 시장은 급격히 재편되고 있으며, 중동분쟁으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늘고 있다”며 “선사들은 해운동맹을 재편하고, 선박 크기와 선대를 늘려 이런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해수부는 “세계 주요 항만들이 터미널을 대형화하고 스마트항만 구축과 항만 친환경화를 통해 글로벌 선사 유치에 힘쓰고 있다”며 “물류환경 변화 속에서 부산항에 글로벌 선사를 지속 유치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부산항은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 76.8%를 처리한다. 특히 환적 물동량은 97%를 감당하고 있다. 환적량으로는 2015년 이후 2위 항만 규모다.
다만 부산항은 다수 터미널 운영사가 항만을 소규모로 운영해 다른 부두로 화물을 이송해 처리하는 일이 발생하고 선석 관리 비효율 등이 문제로 지적해 왔다.
해수부는 선박 대형화와 해운동맹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항만 대형화와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수부는 선대 대형화에 맞춰 2045년까지 14조원을 들여 진해신항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진해신항을 완공하면 부산항은 세계 최대 규모 항만으로 규모가 커진다. 싱가포르가 건설 중인 TUAS항과 동일한 66개 선석을 갖추게 된다. 접안 가능 선박 규모도 현재 최대 2만4000TEU에서 3만TEU급으로 커진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진해신항 1단계 9개 선석은 단일 운영사로 할 예정이다. 이 경우 600만TEU 이상 화물 처리 능력을 확보해 부산항에 기항하는 최대 규모 얼라이언스(동맹) 물량(650만TEU)도 처리할 수 있다. 선석의 효율적 관리와 타부두 환적 최소화도 기대한다.
해수부는 부산항과 해외 공급망 거점 연결성 강화를 위해 미국 동안, 동남아, 유럽 등 유망 거점에 해외물류센터를 확대한다. 현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로테르담, 인도네시아 자바(2개소), 미국 LA에 해외물류센터를 갖추고 있다.
해수부는 해외물류센터를 2032년까지 16개소로 늘려 중소·중견 기업에 센터 우선 사용권을 부여하고 물류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원활한 수출입을 위해 미 동서부 항만 등 주요 거점 터미널의 지분·운영권 확보도 함께 추진한다. 여기에 1조원 규모 국제물류 펀드를 조성해 해외 진출 기업의 금융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Top 3’ 항만 육성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항만배후단지에 글로벌 물류기업 유치에 힘쓴다.
전략적 유보지를 확보하고 대형 필지 공급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유망기업 투자를 유도한다. 부산항 자체 물동량 창출도 이끌고,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해 부산항을 육·해·공 물류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현재 부산항 신항 배후단지는 467만㎡ 가운데 262만㎡를 69개 업체가 임대 중이다. 이 가운데 68개 업체는 영업을 시작했다.
향후 남 컨테이너 배후단지 전체 116만㎡ 부지에는 복합물류·제조시설 부지 68만㎡를 기업에 임대할 예정이다. 배후단지 면적도 오는 2030년까지 829만㎡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해양 친환경 정책에 맞춰 항만 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2년까지 25%, 2050년까지 100%로 끌어올린다.
태양광과 연료전지, 해상풍력 등 친환경 발전시설을 구축하면서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기반 시설도 구축한다.
항만 내 하역장비 무탄소 동력 전환을 통해 항만운영 과정도 무탄소화 한다. 이 밖에도 항만 친환경 전환과 함께 스마트화 전환을 위해 5000억원 규모 ‘스마트 항만 구축 펀드’를 신설할 계획이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역분쟁, 해운동맹 변화 등 공급망 재편은 우리 항만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글로벌 거점항만 구축전략을 바탕으로 부산항을 글로벌 Top3 항만으로 키워 대한민국 역동경제를 든든히 지탱하는 글로벌 물류 중심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