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투자자 예탁금 의무 예치 비중 확대
한은 RP 매매 대상 선정…자금 조달 수월
마진콜 위험 발생 시 증권금융 통해 진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로 유동성 리스크 우려마저 제기돼 한국증권금융(이하 증권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졌단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리스크 대응 역할 부여에 유동성 지원 역량이 강화되며 시장 ‘안전핀’으로서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확대되고 있는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에 총력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화 유동성 공급 역량이 대거 확충되는 등 증권금융의 역할이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의결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오는 19일부터 시행한다. 개정안은 증권사가 미국 달러화 투자자 예탁금의 80%, 일본 엔화 투자자 예탁금의 50%를 증권금융 회사에 의무 예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내에서 증권금융 전담회사는 증권금융이 유일하다. 증권금융은 지난 1955년 설립(전신 한국연합증권금융) 이래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에 자금을 대출해 주거나 투자자예탁금을 맡아 운용하는 등의 업무를 도맡고 있다.
이번 개정은 외화 투자자 예탁금에 대한 보호와 위기 시 증권사에 대한 외화 유동성 지원 여력을 확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행법 상 외화는 증권사의 조달 수단이 제한되고 송금 관련 시차가 발생하는 점 등이 감안돼 미 달러화에 한정해 70%만 별도 예치하도록 규정됐으나 비중이 높아진다.
외화 투자자 예탁금의 송금 절차도 단축된다. 현재는 증권금융의 예치계좌에서 증권사의 외국환은행 계좌로 이체한 후 다시 타 기관에 송금했는데 앞으론 증권금융이 바로 타 기관에 송금해줄 수 있다.
증권금융은 내년 2월까지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대상 기관으로 역할도 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비정례 RP 매매 대상 기관의 범위를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 지점 전체, 투자매매업자와 투자중개업자 전체, 증권금융으로 확대했다.
RP는 채권발행자가 일정 기간 후 금리를 더해 다시 사는 것을 조건으로 파는 채권을 말한다. 한은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RP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 오고 있는데 이번 RP 매입은 정치적 불확실에 따른 시장 안정화 차원이다.
증권금융은 한은의 RP 매매 대상 기관에 선정되며 유동성 공급 역량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기관은 RP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한은에 담보로 증권을 맡겨야 하며 한은이 다양한 증권을 받아줄수록 유동성 확보가 수월해진다.
향후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전망에 따라 외화건전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증권금융의 유동성 공급 역할은 보다 막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노무라증권은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금융위는 외환 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 위험 등이 발생할 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진화 하겠단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금융은 증권사에 유동성 위기가 생겼을 때 이를 긴급 지원한다”며 “예탁금이 분산돼 있을 때보다 증권금융에 모여 있을 때 비상 지원에 더욱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