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자신이 한 말 뒤집었다"…윤 대통령 '담화문'은 낙제점 [정국 기상대]
윤석열 대통령의 12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네 번째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변명·해명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해킹 방어 취약과 야당의 검사 및 감사원장 탄핵 등을 막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담화 말미에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의 이 발언에 주목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사실상 '첫 사과' 였던 세 번째 대국민 담화 내용을 불과 닷새 만에 뒤집은 것이며, 현 계엄~탄핵 정국에 대한 성난 민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수의 지지층 결집만을 위한 발언이라고 낙제점을 내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담화에서 "나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정운영 체제를 공동 발표했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오늘 윤 대통령 담화에서 '마지막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가 어떤 의미일까가 중요하겠다"며 "지난번 7일 담화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하고, 나의 임기를 당에 일임하겠다'가 핵심이었다면, 오늘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는 발언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손수 뒤집으면서,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신뢰도 잃게 했다"며 "대통령의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을 대다수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냐"고 반문했다.
▲계엄 당일 경찰 무전기록 보니…"국회의원 포함해서 전원 통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이 국회의원 출입을 막는 등 국회 전면 통제에 관여한 무전 기록이 공개됐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지휘망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비상계엄 선포에서 해제까지 6시간 동안 무전 기록은 약 700회에 달할 정도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서울경찰청 경비안전계장은 오후 11시 37분께 "현시간부터 재차 통제입니다. 전원 통제입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는 지시를 전달했다. 이후 국회의원을 포함한 전면 통제가 이뤄졌다.
이에 영등포경찰서 경비과장은 "전원 통제라고 하면 국회의원 포함해서 전원 통제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차벽을 설치하라는 지시도 이어졌다.
경찰은 계엄군에게는 국회로 향하는 길을 터줬다. 서울청 경비과장은 오후 11시 58분께 "대테러 특임. 군인 병력이 오면 1문이랑 2문쪽 큰문 말고 ○○를 확인해서 그쪽으로 이동시켜서 출입시키세요"라며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英 가디언 "尹, 레임덕 아닌 데드덕…한국 새 리더십 필요"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레임덕'(lame duck) 아니라 '데드덕'(dead duck·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공백 현상을 지칭) 상태에 있다며 한국에는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가디언은 이날 '한국의 계엄령 참사에 대한 견해: 민주주의의 등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지난주 한국 대통령의 기괴하고 끔찍한 단기간 계엄 선포 시도가 여전히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최근 한국 정치의 위기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위기는 빈곤과 황폐함에서 벗어나 세계무역과 투자, 기술 흐름의 중심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드문 민주주의 성공 사례가 된 나라를 더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주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한 것을 들어 "국가와 국민의 이익보다 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쉽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말로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번 주말 2차 투표에서 탄핵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