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는 연예인들 넘어,
"소신 밝혀라" 요구 이어져
뚝 떨어진 관심에 울상인 영화·드라마 신작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후폭풍이 연예계에도 몰아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직후 인터뷰, 행사가 급하게 취소되는 혼란을 겪었으며, 관객들의 뚝 떨어진 관심에 영화계도 비상에 걸렸다.
목소리를 낸 연예인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 관련 언급을 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연예인들을 향해 ‘사상검증’을 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이 여파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연예계 관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150분 만에 해제된 가운데, 4일 진행 예정이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의 서현진 인터뷰가 급하게 취소됐었다. 가수 이승환은 공연 취소를 선언했다가 공연 취소를 다시 취소했으며, 영화 ‘대가족’의 양우석 감독과 웨이브 ‘피의 게임3’의 현정완 PD는 인터뷰 진행 여부를 고민해야 했다.
행사는 재개 됐지만…연예인들 발언에 쏠리는 눈
한 차례 인터뷰를 취소했다가 진행하게 된 서현진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지만, 저는 안녕하다. 모두 안녕했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서현진 외에도 연예인 또는 감독들은 인터뷰를 통해, SNS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가수 이승윤은 지난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진짜 더 말을 얹지 않으려고 했는데 당위와 맥락과 오판과 오만에 대한 진솔한 설명과 해명 없이 ‘아 다신 안 할게. 심려 끼쳐 미안’으로 끝날 사안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그 책임을 반쪽에만 일임하겠다는 것이, 가만히 살다가 계엄을 때려 맞은 일개 시민 한 명으로서 듣기엔 거북하기 그지없는 담화문이었다는 말 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냈으며, 래퍼 이센스는 지난 5일 SNS를 통해 “나는 정치고 당이고 좌우고 하나도 모르는 멍청이인데, 갑자기 새벽에 계엄령을 내리고 국민한테 '처단'한다고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가수 박혜경, 배우 이엘, 영화감독 변영주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으며, 배우 정찬과 고민시, 고아성 등은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 직접 참석, 이를 인증했다. 가수 이승환은 오는 13일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또는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일명 ‘사상검증’을 하는 흐름도 불거져 갑론을박이 일었다. 공유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4일, 과거 인터뷰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던 것이 네티즌 사이에서 재조명되면서 그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공유는 “난 그렇게 살지 않았고, (정치적 성향이)그렇지도 않다. 정확한 건 20대 초중반인 20년 전엔 지금보다 생각이 짧고 신중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이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그 출처가 일베인 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며, 곽경택 감독은 동생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소방관’ 불매 운동 조짐이 일자 “저 또한 단체로 투표조차 참여하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에게 크게 실망하고 분노한 건 마찬가지”라고 수습에 나섰다.
SNS에 일상글을 게재한 연예인들을 향해서는 ‘이 시국에 한가한 글을 올린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하는 네티즌을 향해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한 임영웅도 비판을 받았다.
뚝 떨어진 관심에 홍보 부담, 공개 앞둔 영화·드라마도 난감
대중들의 관심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쏠리면서 영화, 드라마 신작도 울상이다. 배우 송강호, 박정민 등이 나선 ‘1승’은 지난 4일 개봉했지만 현재 약 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으며, 이보다 사정이 나은 ‘소방관’은 100만 관객을 넘겼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불매 조짐이 일며 관계자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뉴스 특보 또는 시사 프로그램이 급하게 편성되며 드라마, 예능의 결방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길이 이뤄진 당시 대다수의 방송사들은 드라마, 예능 대신 뉴스 특보를 편성했으며, 윤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 표결이 이뤄지는 14일에도 JTB ‘아는 형님’, ‘옥씨부인전’ 등을 포함한 다수의 드라마, 예능이 결방할 전망이다. 영화, 드라마 공개 직전 배우들이 예능, 웹예능 등에 출연해 홍보를 하곤 하지만, 이마저도 활발하게 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오는 26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의 황동혁 감독은 “이 시기 공개하는 것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오징어 게임2’가 담은 메시지가 현실과 무관하지 않음을 강조했었다.
무엇보다 이 여파가 연말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 돼 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20일 KBS ‘가요대축제’를 시작으로 2024년 연기대상, 연예대상 등 시상식이 예정돼 있는데, “이 시국에 시상식이 말이 되냐”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이 가운데 KBS는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