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 이어 하나금융도 지배구조 내부 규범 '손질'
'CEO 장기집권 부정적' 이복현 작심발언 할까
연말 금융권이 인사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금융그룹들이 회장 나이 제한을 완화하고 나섰다. 재임 중 70세를 넘어도 임기를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그룹 회장의 장기집권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며 인선마다 목소리를 내 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에도 입을 열지 이목이 쏠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JB금융에 이어 최근 이사 나이 제한 규정을 개정한 뒤 공시했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 수정은 8년 만이다.
하나금융은 개정 규범에서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 임기 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고 정했다. 기존 '해당일 이후'를 '해당 임기 이후'로 변경했다.
기존 규범에 따르면 현재 만 68세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연임하더라도 만 70세 이후 첫 주총이 열리는 2027년 3월까지 2년만 재임할 수 있다. 하나금융 회장 임기는 3년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연임 시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다 마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 측은 "이사의 임기를 보장해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JB금융도 정관변경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나이 제한 규정을 변경했다. 지난달 JB금융은 회장 연령을 만 70세까지 제한하는 내용을 재선임 당시 만 70세 미만으로 바꾸었다. 이에 따라 1957년 1월 생인 김기홍 JB금융 회장의 임기는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됐다. 김 회장은 지난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총 9년간 JB금융을 이끌 예정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대표 선임과 재선임 연령 규정은 각기 다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회장 선임 이후 중도에 만 70세가 넘어도 대표이사 임기를 그대로 보장한다. 반면, 신한금융은 만70세가 넘는 임기는 부여받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각 이사의 임기는 금융지주가 자율적으로 정한다고 말해왔지만, 금융권 CEO의 장기집권에는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앞서 지난해 DGB금융이 김태오 당시 회장 연임을 앞두고, 걸림돌도 지목되던 나이 상한선(만 67세 규정) 개정을 하려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이미 회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시작된 상황에서 현 회장이 연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건 게임을 시작한 다음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은 3연임을 하지 못했다.
같은 해 7월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의 4연임 가능성에도 "후보에 대한 공평 기회 제공이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언급해 윤 회장도 고배를 마셨다. 이후 KB금융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양종희 후보(현 회장)를 선정하자 "(승계) 대상을 다 확정한 후 기준과 방식을 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아직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지만, 업계는 긴장감을 내려 놓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이번 정관 개정은 기존 70세 임기를 보장하는 내용이지만, 승계 절차 개시 하루 전 규정을 변경한 조치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CEO 선임과 경영승계 절차 개선 등 핵심 원칙 30개를 담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을 내놓은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70세 룰 수정과 관련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부합하는지 적정성을 들여다 볼 방침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탄핵 정국으로 이 원장의 발언에 얼마나 무게감이 실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계 복심'으로 꼽혔지만, 사태가 장기화되자 탄핵에 힘을 싣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12일 한 언론에 “탄핵이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경제에 낫다”고 발언을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원장은 불법 계엄 사태 이후 매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여는 한편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