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일제히 관련 조직 확대·신설…적극적인 인력 확보전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으로 '머니무브' 본격화
자본시장연구원 "퇴직연금 완전 가입 이뤄질 경우 2055년 적립금 규모 3497조원"
전문가 "신규 금융회사 진입 기대…증권업계, 시장 경쟁서 유리한 고지"
최근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증권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당장 오는 2032년 1000조원 규모의 성장세는 물론, 20~30년 장기상품인 만큼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이 기대된다는 점이 선점 필요성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으로 증권사 운용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고, 기존 증권사 수익에서 큰 지분을 차지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IB) 부문을 퇴직연금이 대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자산관리(WM) 부문, 그중에서도 퇴직연금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운용자산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말 기존 연금1·2부문을 연금혁신부문, 연금RM1부문, 연금RM2부문, 연금RM3부문으로 개편하고 개인자산관리(PWM) 부문을 신설했다.
2위인 현대차증권은 높은 그룹사 확정급여(DB)형 비중을 해소하기 위해 리테일본부 아래 연금사업실을 편재했다. 더불어 여러 퇴직연금 조직을 연금사업실 아래로 통합했다. 3위 한국투자증권도퇴직연금본부를 퇴직연금1‧2본부 및 퇴직연금운영본부로 확대하고 산하 연금영업부도 5개에서 8개로 늘렸다.
이와 함께 기존에 퇴직연금 사업을 하지 않던 증권사들도 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며 적극적인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자산관리(WM) 부분 산하에 '퇴직연금 TF'를 만들어 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이렇게 국내 증권사들이 일제히 퇴직연금 시장에 달려들고 있는 것은 작년 말 10월 31일 본격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로 시장 내 ‘머니무브’(자산이동)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연금 가입자가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에 퇴직연금을 옮길 때 전액 현금화해야 했던 불편을 해소하고 보유 상품(ETF, 펀드 등)을 그대로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 등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증권업계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작년 말 기준 14개 증권업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총적립금 규모는 103조9257억원으로 전년 말(87조원) 대비 19.8%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14%), 보험(4.5%) 업계의 성장세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증권업계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IB부문 및 부동산 PF 시장이 지난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레고랜드) 사태로 급격히 침체되면서 증권사들이 WM부문과 퇴직연금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퇴직연금은 증시 움직임에 따라 수익 규모가 크게 변동되는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비해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연금상품은 통상적으로 10~20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운용 상품으로 그동안 자산 매매 수수료와 운용 수수료를 모두 받을 수 있어서다. 또한 퇴직연금 고객이 자산을 축적하면 향후 자연스럽게 WM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퇴직연금 적립금이 2032년 1000조원을 넘어 2040년 1174조원, 2055년에는 185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퇴직연금 완전 가입이 이뤄질 경우 2055년 적립금 규모가 3497조원까지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투자자산의 구성도 개선과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 변경, 신규 금융회사의 진입 등이 기대된다"며 "수익률에 대한 가입자의 반응은 민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높은 증권업계가 시장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