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외계인 작품? 국회 앞 잔디밭 ‘과일나무’의 진실은...


입력 2015.04.26 08:20 수정 2015.04.28 15:12        문대현 기자

전통공연 무대 장치로 설치된 '상상의 사과나무'

국회 측 "볼거리 제공 차원…반응 나쁘면 철거"

국회 잔디광장에 설치된 과일나무.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회 잔디광장에 설치된 과일나무.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회 잔디광장에 설치된 과일나무.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회 잔디광장에 설치된 과일나무.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14일 국회의사당 앞 잔디광장에는 한 그루의 대형 과일나무 모형이 설치됐다. 과일나무보다 야채나무에 더 가까운, 다소 특이한 모양의 이 조형물을 두고 말이 많은 가운데 국회사무처는 '문화국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약 열흘 동안의 작업 기간을 거쳐 높이 7m, 지름 2.5m, 무게 2.5t의 큰 규모로 만들어진 조형물에는 형형색색의 과일과 야채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있다. 고추·포도·감자·배·버섯·당근·무·밤 등 다양한 농작물이 혼합돼 하나의 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국회 측에 의하면 이것은 공공미술가 최정화 씨의 작품으로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며 인공과 자연의 조화, 민과 관의 화합, 대립의 일치 등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작가는 이 나무를 보면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과일나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일단 대중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본 기자가 17일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점심시간 무렵 조형물 근처를 지켜 본 결과, 국회 출입기자와 사무처 직원, 당직자, 의원 보좌진 등 부근을 지나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과일나무를 바라봤다. 알록달록한 무늬의 대형 조형물은 그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지배하는 듯 해 보였다.

최근 국회 윤중로에서 진행된 ‘여의도 봄꽃축제’로 인해 평소보다 국회의 유동인구가 훨씬 늘어난 점도 과일나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한 몫 했다. 벚꽃을 보기 위해 국회로 모여든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과일나무 앞에 서서 사진 촬영을 하고 갔다.

단체로 국회 관광을 온 어르신, 교복을 입은 채 견학을 온 청소년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휴대 전화를 꺼내 들고 과일나무를 배경으로 서로를 찍어 주기 바빴다. 한 학생은 뜨거운 햇살이 부담스러웠는지 과일나무의 곁에 길게 형성된 그늘에 앉아 휴대 전화를 만지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치 불신이 가득한 일반 대중에게 친근한 국회가 되고 싶다는 국회 측의 바람을 대변하듯 과일나무는 정치에 관심 없는 층을 국회로 끌어들이며 그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했다.

'기괴하고 괴팍한 나무'라는 지적도…과일나무는 왜 생긴걸까?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과일나무를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왠 뜬금없는 미술작품이냐’는 의견과 언뜻 보면 무엇을 나타내는 지 알 수 없는 형태에 ‘기괴한 모양의 조형물이 국회 미관을 흐린다’는 혹평도 존재했다.

일각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의사당을 놀이동산으로 만들려는 계획인가’라는 농담 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기자 역시 제일 궁금했던 것은 ‘왜 과일나무가 세워졌는가’ 하는 것이었다.

취재 결과 과일나무는 국회에서 25일부터 열리는 주말 전통공연 무대 장치 중 하나였다. 행사에서는 서양극과 판소리를 섞은 전통공연이 펼쳐지는데 관객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는 것이 국회 측의 설명이다. 또한 과일나무는 다음달 16일부터 23일까지 8일 간 국회 잔디광장에서 진행되는 ‘열린 국회마당’ 행사 때도 활용될 예정이다.

한 담당자는 17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열린 국회’ 행사의 취지는 주말에도 국회를 찾는 국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주려는 것”이라며 “그 때문에 외국에서도 잘 알려진 최 씨의 공공예술품을 무대 세트에 포함시키려고 설치했다”라고 밝혔다.

담당자는 이어 “‘왜 과일나무인가’라는 질문도 많은데 그것은 이번 공연을 주최하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공모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행사를 주관하는 국회는 재단과 협의해 최종적으로 과일나무를 도입하기로 했다”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정 의장은 국민에게 친근하고 즐거운 국회를 만들기 위해 ‘문화국회’와 ‘소통국회’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본관 로텐더홀에 미술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을 전시해 놓기도 했다. 과일나무의 도입도 보다 친근한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정 의장의 의도가 깃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측에 따르면 과일나무는 파손되지 않는 이상 반영구적으로 지금의 자리에서 국민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변형을 막아주는 폴리우레아라는 소재로 코팅이 돼 있어 적절한 관리가 동반된다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국회 측은 과일나무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담당자는 “이상하고 괴팍한 나무라는 반응도 있다”라며 “우선 전통공연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올 가을까지는 그대로 두겠지만 그 후로도 계속해서 여론이 좋지 않으면 조금 일찍 철거시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문대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