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강호동, 스타덤 오른 이후 방송가 스포테이너 급증
이동국 이어 김연경도 '현역' 선수로서 예능 고정 가능할까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가 방송가 곳곳을 누비고 있다. 예능계에서도 의미있는 수확이었다. ‘새 얼굴’을 갈구하는 예능계에 ‘왕년에’ 대중을 웃고울리던 스포츠 스타들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반가운 변화였다. 원조 격으로는 강호동이 언급된다. 강호동의 성공 이후 방송가에선 운동선수를 끌어들이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한동안 강호동의 성공 사례는 특별했다. 예능계는 꾸준히 스포츠 스타를 찾았고, 이들 역시 스포츠계 은퇴 후 지속적으로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예능에 자리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에게 이는 어려운 일이었고,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예능인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순발력도 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2세대 스포테이너로 불리던 안정환과 서장훈의 등장으로 깨지기 시작했고, '제2의 강호동'이 줄줄이 나왔다.
안정환이 진행자로 참여한 프로그램만 ‘냉장고를 부탁해’ ‘쿡가대표’ ‘취존생활’ ‘편애중계’ ‘배달해서 먹힐까?’ ‘위대한 배태랑’ 등 무려 20여개에 달한다. 훈훈한 외모에 입담, 스포츠 선수다운 순발력이 예능과 딱 맞아 떨어지면서 ‘방송이 체질’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난 방송인이 아니”라고 했던 서장훈도 이젠 스스로도 인정하는 ‘방송쟁이’가 됐다. ‘유랑마켓’ ‘핸섬타이거즈’ ‘연애의 참견’ ‘편애중계’ ‘무엇이든 물어보살’ ‘너는 내운명’ ‘아는 형님’ 등 그동안 주요 출연 작품이 무려 서른 개를 넘어섰다.
스포츠 예능이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진출은 가속화됐다.. JTBC ‘뭉쳐야 찬다’는 안정환을 감독으로 내세워 이만기, 이봉주, 심권호, 김동현, 양준혁, 허재, 여홍철, 진종오, 이형택 등 새로운 스포테이너들을 대거 발굴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포테이너는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역 스포츠 선수들은 한 번의 경기를 뛰기 위해 그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을 훈련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방송과 스포츠를 겸업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경기를 마치고 일회성으로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오남매 아빠로서의 일상을 보여줬던 이동국이 현역 스포츠 선수의 예능 출연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일단 카메라가 스튜디오나 정해진 촬영장을 벗어난다는 점이 그렇다. 리얼 관찰 예능인 ‘슈돌’의 특성상 이동국의 일상에 카메라가 들어오는 포맷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찰 예능이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현역 선수들의 방송 활동이 더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배구 선수 김연경도 ‘나혼자 산다’에 반 고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도 김연경의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촬영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김연경의 한국 생활은 물론, 그의 외국 생활까지 담아내면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김연경이 11년 만에 국내 구단으로 복귀하면서 더 왕성한 예능 출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은 예능에서의 활약에 대해 “처음에는 운동선수가 방송에 나가는 것에 대해 나도 많이 걱정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평소 모습을 보시고 좋아하시는 팬분들을 보고 생각이 바뀌게 됐다. 제게 예능이란 다른 방식의 팬들과 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장에서의 모습 외에는 팬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방송가에 더욱 눈을 돌리는 경향도 있다.
현재 예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김동현은 ‘개그맨’ ‘방송인’이라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현재 고정출연 중인 프로그램만 ‘집사부일체’ ‘뭉쳐야 찬다’ ‘도레미마켓’ ‘대탈출’ 등 4개나 된다. 최근 종영한 프로그램도 꽤 있고, 특별출연이지만 연기에까지 발을 들이는 등 방송인 보다 더 바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스스로도 “경기 없다~”라고 맹구 흉내를 내고 있는데, 김동현의 스포츠팬들 입장에선 방송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2017년 코빙턴과의 대결 이후 경기가 없고 한국대회 출전도 거절한 상태로 격투기 선수로서는 장기휴업 상태다. 이미 스포츠팬들도 그의 잠정은퇴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역 스포츠스타들의 예능 출연이 잦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연출될까봐 우려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출연은 대부분 제2의 전성기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거나, 팬덤을 넓히기 위함”이라고 본다. 또 “최근 현역 스포츠 스타들의 출연이 잦은 것도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은퇴를 하거나 김동현처럼 잠정은퇴를 하고 방송에 집중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현역 스포츠선수들이 고정으로 예능에서 활약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최근 예능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호흡이 빨라지면서 파일럿 성격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