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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태계 재편②] 반도체 시장에 부는 ‘K-메모리' 열풍


입력 2020.11.03 07:00 수정 2020.11.02 18:1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올해 코로나19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선방...내년 기대감 '업'

D램·낸드 모두 1·2위 체제...시장 지배력 강화에 초격차 경쟁력 확보

클라우드·5G 등 대형 IT기업 투자 확대 긍정적...향후 위력 커진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은 확고한 강자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확고한 지위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메모리반도체의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주도하면서 입증됐고 전후무후한 실적으로 그대로 반영됐다.


전 세계 D램 시장의 4분의 3, 낸드플래시 시장의 절반을 국내업체들이 점유할 정도로 K-메모리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D램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각각 42.1%, 30.2%로 국내 업체 점유율이 72.3%다. 낸드플래시도 삼성전자(33.8%·1위)와 SK하이닉스(11.4%·5위)를 합하면 45.2%다.


K-메모리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는 이러한 투톱의 경쟁력은 향후 시장 회복 속에서 초격차 기술력 확보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더욱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코로나19에 선방한 K-메모리, 더 기대되는 미래


올해 메모리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선방해 내년이 더 기대되고 있다. 2017-2018년 2년간 호황을 이끌었지만 지난해 하락을 면치 못했던 코리아 투톱은 올해도 코로나19 장기화라는 악재에서도 서버 D램을 중심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사업이 5조5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동기인 지난해 3분기(3조500억원) 이후 4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4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 전후로 전 분기(1조9467억원)보다는 감소하지만 전년동기(4726억원)보다는 약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4분기 가격 약세가 불가피하지만 이는 단기적 조정으로 내년도 수요도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와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10월 서버용 D램(DDR4 32GB) 고정거래 가격은 112달러, PC용 D램(DDR4 8Gb) 가격은 2.85달러로 각각 전월대비 8.2%와 8.95%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도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인 128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의 10월 고정거래가격이 4.2달러로 전월(4.35달러)대비 3.45% 하락했다.


D램은 상반기 서버용 제품 구매를 늘렸던 클라우드업체들이 하반기 이를 줄인 영향이며 낸드도 미국 정부의 제재를 앞두고 중국 화웨이의 긴급 선 발주가 이뤄졌음에도 가격약세가 지속됐다.


내년 1분기까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수는 있지만 수요 개선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D램과 낸드의 동반 상승이 전망되고 있다. D램은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이 잡히고 낸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PC용뿐만아니라 모바일 수요도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도 다른 중화권 업체들의 대체 수요 증가로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내년 대형 IT 기업들의 재고 소진, 서버·PC용 반도체 수요 지속, 5세대이동통신(5G) 스마트폰 출하량 5억 대 전망 등 D램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9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 수요는 중저가 세트 중심의 5세대이동통신(5G) 확산, 4분기 증가한 중국 업체의 수요가 내년 상반기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초고속 D램 ‘플래시볼트’.ⓒ삼성전자

◆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 속 메모리 경쟁력 우위 지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다른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때로는 상호 경쟁을 통해 신기술과 신제품의 속도를 높이며 K-메모리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 향상이라는 시너지 효과도 창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12월 10나노(nm·나노미터, 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급 2세대 D램 제품을 출시하자 SK하이닉스가 11개월 뒤에 개발했다. 또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3세대 제품을 내놓자 SK하이닉스는 이를 7개월 뒤에 내놓는 등 기술 격차를 줄였다.


이와함께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에 특화된 고대역폭 메모리(HBM2E) 제품을 선보이자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램인 DDR5의 세계 최초 출시 계획을 공개하는 등 한국 반도체의 위상을 높여 왔다.


낸드에서도 양사의 경쟁구도가 조성되면서 K-메모리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 인텔의 낸드사업부문은 10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경쟁력 향상에 나섰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11.7%로 4위다. 인텔은 11.5%의 점유유로 마이크론과 공동 5위 수준이다. 인텔로부터 사업을 넘겨 받게 되면 단순 수치상의 합으로는 23.2%로 키옥시아(17.2%)와 웨스턴디지털(15.5%)을 한번에 제치고 삼성전자(31.4%)에 이어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D램에 이어 낸드에서도 국내 업체들간 1·2위 경쟁구도가 마련되면서 K-메모리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의 영향을 잘 타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변동하는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국내 기업들의 압도적인 점유율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도 사라지면서 본격적인 호황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여 K-메모리의 위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말 이뤄진 올해 메모리 시장 전망은 더 좋았다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대형 IT기업들을 중심으로 클라우드와 5G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메모리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28단 1테라비트(Tb) 4D 낸드플래시.ⓒSK하이닉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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