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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트위터라도 좋으니까 국민들에게 말 좀 하라


입력 2020.11.22 07:00 수정 2020.11.22 06:24        데스크 (desk@dailian.co.kr)

사상 최악의 불통 대통령...침묵으로 일관하다 퇴임할 것인가?

차라리 트럼프 막말 트위터가 나아 보이는 1년 1회꼴 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열리는 제19차 반부패회의 행사 마스크를 착용했다.ⓒ청와대

“문 대통령도 김치가 없으면 한 끼도 못 먹을 만큼 한국인에게 김치는 꼭 필요한 음식이다.”


대통령 문재인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엊그제 김치의 날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김치의 위대함을 강조하려는 뜻이었고, 그것은 또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습관은 이제 꼭 자랑만은 아니다.


김치도 좋아하고 잘 먹어야 하지만 샐러드로도 한 끼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스시 먹을 때나 피자 먹을 때나 햄버거 먹을 때도 김치가 있어야 한다면, 애국자로 보이기보다는 어쩐지 외골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또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고집이 엿보이는 사람의 모습 아닐까?


요즘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은 거의 배추를 구할 수 있고 김치를 담가 먹거나 한인 가게, 심지어 COSTCO 같은 현지 체인점에서 사서 먹을 수도 있다. 김치 먹는 식생활에 관한 한 한국에 사는 것이나 거의 똑같다. 그렇지만 김치를 먹는 양은 갈수록 줄어든다.


먹는 음식 역시 습관이기 때문이다. 줄이면 줄일 수 있고 끊으려 하면 끊을 수도 있다. 담배와 다르지 않다. 더구나 김치는 이제 외국인 의사들도 잘 알아서 한인 심혈관 질환자들에게 김치 즐겨 먹느냐고 묻곤 하는, 염분이 많이 들어가 고혈압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반찬이다. 소시지처럼 줄이는 게 좋은 종류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김치 소비량은 쌀과 마찬가지로 많이 줄었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이다. 먹는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세태도 변하고 있어서다. 석 달 뒤면 68세가 되는 대통령에게 왜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느냐고 물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의 외골수 단면이다. 특히 소통과 관련된 그의 말하지 않기, 만나지 않기가 대통령으로서는 실격 수준이라 심각하다.


필자는 ‘그는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첫 문장을 쓴 지난 칼럼(9월27일자 <정기수 칼럼> ‘이게 나라이고 이게 대통령이냐’)에서 북한군에 의한 서해상 어업 지도 공무원 사살 사건을 비롯한 국가 중대 사태 시는 물론 국론이 팽팽하게 갈라지는 주요 쟁점 발생 때마다 침묵하는 문재인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정말 기자회견을 싫어하고 TV 앞에 나와 국민들에게 나라 일을 직접 설명하는 브리핑 기회를 극구 피한다. 사실 이것은 그가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천만불짜리 광고 기회인데도 전혀 써먹을 생각을 않는다. 공중파 텔레비전이나 케이블 종합편성 채널들은 대통령이 방송 좀 하겠다고 하면 아무리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곧 중지하고 청와대 중계차로 연결시킬 태세가 되어 있는데 말이다.


캐나다의 저스틴 트류도를 포함해 해외 유명 정상들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매일 아침 마이크를 잡고 어제오늘 상황과 계획을 설명하고 국민들의 걱정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려고 노력했다. 트럼프만 의사들 의견과 과학을 무시하며 가짜뉴스를 남발했을 뿐이다. 그러나 최소한 그는 말은 했다. 2차대전 승리를 이끈 미국의 장애인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저녁마다 라디오로 국민들에게 국정 전반에 대해 얘기한 노변 담화(Fireside Chat)는 유명하다.


문재인은 말 잘하는 변호사 출신이다. 그러나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아니면 피고인의 무죄나 원고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건 잘하지만, 대한민국 국가의 권리, 그 정부와 정책 담당 공무원들과 국민들의 무죄나 권리를 주장하고 설명하는 데는 열의가 없거나 자신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불통이 어쩐지 심하다 했더니 마침 기자협회보가 통계로 그 실상을 고발했다. 김대중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직접 브리핑과 기자간담회를 합한 횟수가 김대중과 노무현 각각 150회, 이명박 20회, 박근혜 4회, 문재인 6회라는 것이다.


‘불통’(不通) 대통령으로 유명했고 그것이 결국 탄핵으로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박근혜와 막상막하인데, 공식 기자회견 횟수로 보면 그녀보다도 못한 게 문재인이다. 박근혜는 7번이나(?) 했지만 그는 4번에 불과하다. 그래서 문재인의 기자회견은 연례행사라 ‘2019 기자회견’, ‘2020 기자회견’ 이라는 식으로 제목을 달아야 한다는 비아냥도 듣고 있다. 이거야말로 내로남불이다. 자신은 박근혜보다 못하고 있으면서 그녀를 불통이라고 비판했으니...


그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의원 김성원이 대통령의 공개 일정을 전수조사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그의 취임 후 식사 회동은 209회로 일주일에 한 번이 조금 더 된다. 이 중에 외교장관 강경화가 포함된 자리가 45회를 차지해 거의 25%다. 심한 편식이고 편애이며 낯가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녀의 능력과 식견이 자주 지적되는 강경화는 이번 개각에서도 유임되는 것으로 언론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의 취임사는 자세히 들어 보지 않았고 정독해서 읽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언론 매체를 통해 그 약속이 달라져 희화화되고 있는 문장들은 외우다시피 하게 됐다. 검색해 보니 가장 대표적인 문장이 이렇게 나온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오늘 칼럼의 주제인 소통에 관한 약속과 선언은 또 이렇게 거창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우선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놀라운 취임사다. ‘새빨간’이라는 형용사는 이런 때 사용하라고 사전에 있는 말일 것이다. 이렇게 다를 수 있고, 이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직접 언론 브리핑... 퇴근길 시장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 어느 것 하나 거짓말 아닌 게 없다. 속된 말로 거기 들어가기 전과 나온 후처럼 완전히 딴판이다.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모시고 살고 있다.


광화문 대통령은 바라지도 않고 TV에 가끔 나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그의 눈과 입을 국민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쫓아내지 못해 히스테리를 부리는 ‘광인’(狂人)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칼춤’인지 ‘캉캉춤’인지가 구경하는 국민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는 판국에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나와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밝혀야 마땅할 것 아닌가?


그는 바빠서 TV와 기자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가 다 알고 있었지만, 지난달 말 그가 페이스북에 썼다는(이것마저 자신이 직접 쓰지 않고 청와대 비서실에서 대신 써준다는 것도 다른 사건을 통해 알려졌다) 독후감이 그것을 확인해줬다. 미술학자 최열의 책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을 소개하며 “모처럼 좋은 책을 읽었다”고 적은 것이다.


막말로 말하면, 문재인은 대통령의 책무를 혹시 잘못 알고 있지 않나 싶다. 국정은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하고 대통령은 한가하게 인문학 독서나 하며 사색하는 자리로 여기지 않고서야 전세값 폭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 있으며 추미애의 ‘검찰 농단’이 극에 달해 짜증을 일으키고 있는데, 저렇게 한마디도 안하고 유유자적(悠悠自適) 할 수는 없다. 앞으로 1년 반 동안 이렇게 버티다 퇴임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러니 루스벨트나 트류도 같진 않더라도 트럼프라도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나온다. 트위터로 자기 하고 싶은 폭언, 험담, 거짓 주장 등을 제멋대로 띄우더라도 그는 소통은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과 국민들은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최소한 답답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다. 대한민국에 지금 대통령은 없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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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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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폴론 2020.11.24  09:46
    지은죄가 하도많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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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이디스 2020.11.23  12:20
    트위터ㅋㅋㅋㅋㅋ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소통왕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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