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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르포] 신공항 놓고 갈라진 부산 민심…"백년대계" vs "정치놀음"


입력 2020.11.25 03:00 수정 2020.11.25 10:40        데일리안 부산 =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가덕신공항 추진으로

'부산 바닥 민심' 쪼개져…'무관심'도 적지 않아

찬성 "트라이 포트 구축해 국제 경쟁력 높여야"

반대 "선거 앞두고 표 얻으려 공항 장사하는 것"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꼭 해야 한다. 인천공항과 달리 김해공항은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하지 않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가덕도 신공항은 필요하다."(부산시 부산진구 거주 60대 택시 운전기사 김 모 씨)


"정부가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을 맡긴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서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게 제일 좋은 방안이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갑자기 최근에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된 이유가 뭐냐. 내년 보궐선거, 그 다음해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는 '정치놀음'으로 밖에 안 보인다. 국민 혈세 아깝고, 계속 뒤집어서 너무 혼란스럽다."(해운대구 거주 50대 자영업자 최 모 씨)


지난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검증 결과를 발표한 뒤 정부·여당과 부산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힘을 모으면서 부산 민심은 대체로 들떠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24일 부산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닥 민심은 둘로 갈렸다.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가덕도 주민들 외에도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관련 기사 : [가덕도 르포] "우리는 뭐 묵꼬 살라꼬? 나가 죽으라는 거지"…주민들 격앙) 의외로 "관심 없다"고 답한 시민들도 꽤 있었다.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과 '온도차'가 느껴졌다.


북구 화명동의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북구 주민 장 모 씨(31)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크게 관심 없다"고 했다. 해운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 모 씨(26)는 "잘 모르는 일이다. 관심 없다"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김해공항보다 멀어서 불편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서구 주민을 제외한 대부분 부산 시민들에겐 가덕도 신공항보다 김해공항이 더 가깝다. 동래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 교사를 하고 있는 동래구 주민 김 모 씨(31)는 "굳이 10조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새로 공항을 지을 필요성을 못 느끼고, 또 가덕도 신공항은 김해공항보다 멀어서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 부산진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 씨(48)도 "가덕도는 너무 멀어서 별로"라고 했다.


남구 주민 최 모 씨(58)는 "가덕도 신공항은 여권이 표를 얻기 위해 공항으로 장사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최 모 씨는 "이미 몇 년 전에 ADPi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게 최적의 대안이라고 했는데, 지금 다시 뭉갠 것 아니냐"며 "오거돈 성추행 사태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부산 민심이 안 좋으니, 만회해보려는 술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23일)는 이낙연 대표가 대구·광주공항 특별법도 언급하지 않았나. 완전히 엉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부산진구 서면로터리(왼쪽)와 해운대구청 앞(오른쪽)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반면, 국제물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구 주민 신 모 씨(33)는 "부산항이라는 대한민국 최대 무역항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운항되는 공항이 없어 부산항의 이점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덕신공항이 건설 돼 '공항-항만-철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트라이 포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해운대구 주민 하 모 씨(55)는 "부산에서 미국을 가려면 인천공항까지 가야하지 않나"라며 "부산에서도 미국·유럽 등으로 바로 갈 수 있는 큰 국제공항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진구에서 해운대구로 이동하는 길에 만난 택시 운전사 박 모 씨(68)는 "김해공항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며 "부산 외곽 섬 가덕도로 공항을 빼야한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 부산 지역 국회의원 15명은 지난 20일 '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고, 민주당은 지난 23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정하고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이번 주에 발의한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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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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