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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 쇼 감독 "'새벽의 모든', 다양한 밤과 새벽의 풍경 발견해주길" [25th JIFF]


입력 2024.05.05 13:53 수정 2024.05.05 13:53        데일리안(전주) =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한국과도 신뢰 가는 배우 있다면 의미있는 작업 해보고파"

미야케 쇼 감독은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 후카다 코지 등의 감독들과 함께 일본의 뉴 웨이브로 분류돼 일본의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젊은 피다. 2012년 '플레이백'으로 영화계 주목을 받았으며 '와일드 투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등을 연출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와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 두 편은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며 일본을 넘어 전 세게 영화인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런 그의 신작 '새벽의 모든'이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축제의 막을 열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후 두 번째 전주 방문이다. 미야케 쇼 감독은 스태프, 관객 모두 영화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한 전주국제영화제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음에 기뻐하고 있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새벽의 모든'은 PMS를 앓는 여성과 공황장애를 가진 남성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작품으로, 소설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주연은 마츠무라 호쿠토, 카미시라이시 모네가 맡았다.


미야케 쇼 감독은 16mm 카메라를 통해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 분), 후지사와(카미시라이시 모네 분)의 서사와 계절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있어 디지털을 중심으로 많은 기술을 배우고 습득하고 있지만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필름 촬영에 대한 기술이 다음 세대에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 반드시 필름 작업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작에서 처음으로 필름으로 작업했고, 당시 많은 걸 배웠어요. 여기에서 숙련된 작업을 해보고 싶어 '새벽의 모든'도 필름으로 촬영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과 자연광의 활용은 '새벽의 모든'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미야케 쇼 감독이 디지털 시대에 16mm 카메라를 고집한 이유이기도 하다.


"필름 작업을 해서 가장 좋은 점은 필름 때문에 모든 스태프들이 하나의 단결된 에너지를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보다는 필름 작업이 힘들다 보니 전 스태프가 긴장감 속에서 집중해 일하거든요. 16mm의 독특한 터치나 분위기가 '새벽의 모든'이라는 영화와 결이 잘 맞기도 하고요. 주인공이 자신 안에 갇혀있다가 밖으로 나아간다는 전개인데, 관객들이 16mm 렌즈를 통해 빛이나 풍경, 계절감을 느끼고 발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 속 두 주인공은 각자 잃고 있는 문제를 일상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지만 찾아오는 증상으로 힘들어 한다. 미야케 쇼 감독은 이들의 감정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면서 밤, 새벽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와 연결시켰다.


"정신적으로 힘든 경우를 일반적으로 밤, 어둠으로 표현하고 있잖아요. 그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이 수면장애도 겪는다고 하더라고요. 해가 뜨는 아침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잠을 못 자고 아침을 맞이했구나'하는 절망일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공황장애 분들이 잠을 못 잔 상태를 '밤의 후회'라고 칭하더라고요. 방향기 없이 바다를 헤맨다는 의미죠. '새벽의 모든'은 새벽을 맞이하기까지의 모든 걸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 안에서 다양한 밤, 새벽의 풍경을 발견해 주셨으면 합니다."


'새벽의 모든'이 담백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음악이다. 단조롭고 경쾌한 배경 음악은 영화가 어른들의 동화 같은 인상을 인상을 준다. 이 음악도 음악감독과의 상의 끝에 완성됐다.


"하이스펙이라는 분들이 음악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처음 곡 작업할 때 크게 두 가지 테마를 가져갔어요. 첫 번째는 파도 같은 음악, 두 번째는 유령 같은 음악입니다. 파도는 왔다 갔다 반복하지만 사실 어느 하나 같은 모양이 없죠. 그런 면에서 같아 보이지만 같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유령 같은 음악은, 예를 들면 밴드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없었던 피아노 소리가 나온다고 가정할게요. 그 때 피아노는 추가된 게 아닙니다. 계속 그 자리에 존재하며 필요할 때 나와서 소리를 내고, 대기하고 있던 거죠. 처음부터 있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게 유령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했어요."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미야케 쇼 감독은 마츠무라 호쿠토에게 혼자서 공황장애 연기를 연습하지 말 것을 약속 받았다. 또 의사가 현장에 상주했을 때만 발작 연기를 진행시켰다. 배우의 성향을 고려한 미야케 쇼 감독의 판단이었다.


"마츠무라 호쿠토는 역할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타입의 배우였어요. 열정적으로 자기 역할을 연구하는 배우가 공황장애를 앓는 역을 연기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됐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의사를 대기시키고, 발작 연기도 의사가 지켜볼 때만 연기했죠. 마츠무라는 감독님이 연출가니까 디렉션을 주겠지 생각하고 왔겠지만, 저는 첫 만남에서 '난 이 현장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겠다'라고만 했습니다. 브레이크도 감독의 역할이거든요. 처음에는 마츠무라가 놀랐지만 곧 어떤 의미인지 납득 했습니다."


그는 마츠무라 호쿠토, 카미시라이시 모네가 해석해 온 캐릭터의 성향과 연기 방향과 맞아떨어져 크게 이견이나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두 배우 모두 연기를 할 때 모두 크게 보이는 액션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나 이런 병을 앓고 있어 힘드니 봐줘'라고 연기할 수 도 있겠지만 실제로 PMS,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 알려지길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보이지 않게 숨겨야 하는 연기라고 해석해 왔더라고요. 저 역시 그들의 생각에 동의했습니다."


쿠리타 과학 직원 및 주변 인물들은 야마조에와 후지사와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공기처럼 존재한다. 주연 배우 외에도 미츠이시 켄, 료, 이모우 하루카, 후지마 사와코, 쿠보타 마키, 아다치 토모이츠 등의 열연이 더해져 완성된 케미스트리다.


"짧은 시간 안에 배우를 설명하기 힘들어 각각 인물들의 프로필을 만들어 주연 배우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쿠리타 과학 회사에는 수의학을 전공한 남성, 세계여행 전문가, 우주비행사가 꿈인 사람 등으로 이뤄져 있어요. 이들이 젊은 두 주인공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절묘한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미야케 쇼 감독은 팬데믹이 덮쳐와 전 세계 영화관이 위기를 맞이했을 당시, 하마구치 류스케, 후카다 코기 감독과 함께 '미니시어터 에이드'(소규모 예술 영화관 살리기)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클라우드 펀딩은 30억이 넘게 모여 일본의 미니시어터들이 위기를 넘겼다.


그는 '미니시어터 에이드' 운동이 완전한 부활이 아닌 반창고 같은 임시방편의 역할을 했다고 상황을 전하며 앞으로도 영화관의 부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팬데믹 이후 지금은 DCP를 변경하는 과정에 있어 클라우드 펀딩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저런 노력이 있어서 아직은 유지되고 있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았어요. 토호나 큰 회사들이 업계 전체를 위해 자금을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란 생각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큰 회사들과 협상을 하거나 국가를 상대로 뭔가 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있지만 큰 관심은 없어 보여요. 앞으로도 이런 형태일 것이고 암흑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암흑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어떻게 하면 관객들과 영화를 즐길 수 있을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고 노력하고 있어요. 암흑이라고 가만 있지는 않을 거란 말입니다."


'새벽의 모든'은 국내에서도 개봉을 논의 중에 있다. 그는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한국의 더 많은 관객들이 '새벽의 모든'을 관람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공황장애가 있기 때문에 영화관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영화관에 가서 봐달라고 말씀드리진 못하지만, 가실 수 있는 분들은 봐주세요. 영화관의 깜깜한 상황에서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새벽의 모든'과 잘 어울리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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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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