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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금리 고점" 은행 장기 예금에 兆단위 '뭉칫돈'


입력 2024.09.10 06:00 수정 2024.09.10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만기 3년 넘는 계약 5대銀만 10조

이자율 하락 가시화에 막판 수요↑

예금 이미지. ⓒ픽사베이

국내 5대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에서 만기가 3년 넘게 남은 장기 계약의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2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고금리 기조가 이제는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란 관측에 막판 뭉칫돈이 몰린 모습이다.


미국으로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예금을 둘러싼 수요도 변곡점을 맞는 가운데, 자금줄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은 점점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확보하고 있는 정기예금에서 잔존 만기가 3년을 초과하는 잔액은 총 10조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2조2668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잔존 만기 3년 초과 정기예금이 3조388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1.5% 급증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2조5436억원으로, 신한은행은 2조3627억원으로 각각 1.2%와 7.0%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이밖에 농협은행이 확보한 잔존 만기 3년 초과 정기예금도 9761억원으로 14.8% 증가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관련 액수만 7594억원으로 3.8% 줄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중 잔존 만기 3년 초과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처럼 은행 장기 예금으로 자금이 쏠리는 배경에는 앞으로의 금리 전망이 담겨 있다. 지금의 예금 이자율이 고점으로 조만간 내리막이 예상되는 만큼, 고금리 시기의 끝물 수혜를 최대한 길게 누리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금리 인하 신호는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정책 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강력 시사했다. 금융권은 이번 달 17~18일 열리는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다.


이런 전망을 반영하듯 정기예금 이자율은 한발 앞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조건의 예금을 찾기 힘들 것이란 심리가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올해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41%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0.42%p 낮아졌다.


다만 은행의 시선에서 이런 흐름은 걱정거리일 수 있다. 금리가 떨어질수록 은행 수신 상품으로의 자금 수요는 한층 위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으로서는 예·적금을 대체할 자금 조달처를 찾아야 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예금 이외의 자금 조달 방식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거나 감당해야 할 이자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수신 상품을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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