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 속 가계대출 억제에 은행 '웃음'
보험, 채권 투자 비중 커…경영 긍정적 영향
카드·저축銀 자금조달·건전성 부담 여전
미국 제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향후 국내 금융권에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기준금리 하락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면서 은행과 보험 업권은 청신호가 켜진 반면 카드·저축은행 업권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기조를 지속할 방침이지만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p) 인하한 4.50∼4.75%로 결정했다.
지난 9월에 한 번에 0.50%p 내리는 빅컷에 이어 연달아 두 번 정책 금리를 인하한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수준을 감안해 인하 속도는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여전히 다음 달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인하 기조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금리 불확실성에도 은행은 '맑음'…대출 금리 인하 어려워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한국(3.25%)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상단 기준 1.75%p에서 1.50%p로 줄어들면서 우리나라 금리 역시 인하할 여력이 생긴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데 있다.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 공약으로 금리 인하 기조에 제동이 걸렸단 평가가 들리는 이유다.
이에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단 평가다. 오는 28일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단행 가능성과 함께 금리 동결 후 시장 관망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은은 11월 일단 동결하고 내년 상반기 추가 인하한 후 트럼프 정책과 환율, 성장 등을 보고 하반기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은행 업권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은행권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호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는 인하됐지만 가계부채 억제 기조 속에 예·적금 금리는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쉽게 단행할 수 없는 상황적 측면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수 있는 상황에서 자칫 외국인의 자금 이탈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금리 인하 카드를 활용하기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AAA등급 무보증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241%로 나타났다. 5년물 은행채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준거 금리로 쓰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선 반영 효과로 순이자 마진이 줄어들고 있지만 미 연준의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줄어들면 당분간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것"라며 "만약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가계대출 억제 기조하에 대출금리는 내려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 보험 '다소 맑음'…카드·저축은행 개선 '난망'
보험업권도 금리 인하 기조가 제동이 걸리면 미소를 지을 전망이다. 보험업 자체가 규제 산업이다 보니 해외보다 국내 경제 정책 영향을 받겠지만 채권 금리 상승으로 경영 환경이 개선될 거란 평가다.
보험사들은 주로 채권 투자 비중이 크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자본확충을 해야 된다"면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린 만큼 당분간은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미국 채권의 투자 비중이 크다"라면서 "금리 상승으로 채권 수익률이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 환 헤지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제 수익률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카드와 저축은행 업권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우선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면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의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면서 여전채 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져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저축은행 업권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재평가에 따라 저축은행 업권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자연스레 자금 조달 비용 부담도 덜게 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었지만 트럼프의 재선 성공으로 기준금리 인하의 기대감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당분간 건전성 악화를 지속할 거란 전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 업권은 최근 들어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시중은행보다 예금 금리를 쉽사리 올릴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부동산 PF와 대손충당금 문제를 안고 있는 저축은행 업권은 어려움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