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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외식물가‧불안 정국까지…다시 돌아온 ‘집밥 시대’


입력 2025.01.09 07:31 수정 2025.01.09 07:3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새해부터 물가 ‘들썩’…소비자 부담 작용

가성비 있는 한 끼 해결 등 자구책 실현

외식업계 직격탄으로 작용 중…폐업도 ‘속출’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오뚜기 3분 쇠고기짜장이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외식물가 상승률이 고점을 찍으면서, 직장인들이 밥값과 커피값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밥을 해먹는가 하면, 스타벅스와 같은 고가의 커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1000원대 편의점 커피와 디저트로 대체하는 모양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4년 연간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물가는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2%대)에 다다랐다. 4년 만의 최저치다. 내수(국내 소비)·환율 등 부정적인 연말 경제 지표가 쏟아지는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새해부터 물가가 심상치 않다. 생필품과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유통업계는 원재료 가격부터 인건비까지 크게 늘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심상찮은 물가 인상 조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향후 전망도 우울하다. 최근 고환율 추세로 수입 물가부터 오르는 데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물가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접어든 국내 정치 상황,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흐름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소비자들은 먹거리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생활 전반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성비 있는 한 끼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자구책을 실현 중이다.


에어프라이어가 대중화됨에 따라 집에서 밥먹는 횟수를 늘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 치킨·피자를 선택하는게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외식 대신 집밥을 먹으려는 수요가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몰려 매출이 껑충 뛰었다. 고물가 지속에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참사 등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커져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파악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생선회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8%, 한우는 12% 증가했다. 외식 대신 집에서 회와 한우를 먹는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상승했다. 또 델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4% 오른 가운데 간편식사류는 39%, 요리류는 14% 치솟았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12월 즉석 조리식품 매출은 전년 동월과 전월 대비 모두 5%씩 올랐다. 또, 간편요리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월과 전월 대비 모두 15%나 증가했고, 초밥 상품군도 각각 10% 늘었다.


직장인 이모(30대)씨는 “이달 초부터 와이프와 함께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커피는 회사 탕비실에서 해결하고 있다”며 “물가가 많이 올라 점심값만 해도 요즘 1만원이 훌쩍 넘는다. 도시락을 싸가는 것만으로도 50만원은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오뚜기 토마토케챂이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고물가와 집밥 수요의 증가는 외식업계의 악재로 나타나고 있다. 집밥족이 늘면서 레스토랑, 카페, 음식점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은 외식 등을 자제하면서 지갑을 닫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자영업자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비자발적 폐업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자영업자는 3319명(중복 제외)이다. 전년 같은 기간 3057명보다 8.6% 늘었으며, 2023년 전체(3248명)를 이미 뛰어넘었다.


‘계엄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12월까지 집계되면 자영업자 실업급여 수급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직전 달(100.7)에 비해 12.3포인트 떨어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한 전체 개인·법인 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 폭도 11만9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도 고물가·고금리 등 경제 불안이 이어지면서 폐업 자영업자가 100만명을 넘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연말 연초는 원래 외식이 활발하고 모임이 많은 시기인데, 최근 정치적인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 외식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못하는 시기라 더욱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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