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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치 5분의 1 토막…한은의 무리한 낙관론 비판 ‘도마’


입력 2025.01.23 14:22 수정 2025.01.23 15:11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뚜껑 열어보니 예상보다 0.4%p↓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영향 작용

어긋난 예상치 제시한 책임 있어

(왼쪽부터) 박창현 한국은행 지출국민소득팀장, 신승철 경제통계국장, 장은종 국민소득총괄팀장, 김건 국민소득총괄팀 과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4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행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 느는 데 그쳤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등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연간 성장률도 2%에 그쳤다.


예상보다 성장률이 낮게 나오면서 한국은행에 불똥이 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4분기 성장률을 0.5%로 전망했는데 실제 성장률은 5분의 1 수준에 그쳤고 연간 성장률도 전망치(2.2%)에 비해 실제 수치가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에 통화정책을 이끄는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이 0.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11월 4분기 GDP성장률을 전망치를 0.5%로 산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 역시 예상을 밑돌았다. 연간 성장률은 2.0%로 전년도 성장률(1.4%)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11월 전망치(2.2%)와 비교하면 0.2%포인트(p) 낮은 수치다.


이처럼 전망치와 실제 수치가 어긋난 이유는 지난해 한국 경제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위축 등 내수가 부진했고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안정성도 악재로 작용했다.


사전에 예상할 수 없었던 비상계엄 조치 등을 감안해도 4분기의 0.4%포인트라는 격차는 당초 한은의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가 전분기 대비 0.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0.2% 성장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소비심리마저 악화된 영향에 따른 것이지만 소비 행태 자체가 달라졌다는 구조적 요인도 존재한다. 과거보다 비대면 중심의 생활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투자도 3.2%나 감소했다. 앞서 건설과 관련된 수주·착공 등의 지표가 좋지 않았던 만큼 감소는 예상된 일이었지만 낙폭이 예상보다 컸다. 특히 지난해 12월 신규 분양이 감소하면서 건설경기가 악화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수치가 크게 어긋난 것에 대해 한은은 전망 실패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오전 진행된 실질 국내총생산 설명회에서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등이) 11월 전망 때 예측하지 못했던 것들이기에 전망 실패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설 명절을 앞둔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어긋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분기 역시 한은은 GDP 성장률을 0.5%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0.1%에 그치며 예상치보다 0.4%p 낮았었다.


한은은 당시에도 “하반기 수출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기업 투자 여력도 증대할 것”이라며 “가계 실질 소득도 개선되면서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하반기부터는 내수 회복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실제 흐름은 이러한 기대에 못 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국가의 통화 정책을 운영하는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3분기에도 전망이 빗나간 것을 감안하면 4분기의 반복된 실패를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한은의 전망치를 참고해 경제 주체들이 미리 대책을 마련하는 만큼 이번 계엄 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아우르는 전망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해 0.5%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신 국장은 “올해도 건설투자의 부진이 이어지며 1분기 경제성장률도 0.5%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4분기 정치 불확실과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이 올해 전체 연간 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 실패가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작용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경제 상황과 현실을 보다 면밀히 살펴서 전망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 비상 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많이 밑도는 양상”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과 어긋나는 전망을 내놓은 데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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