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셈 감독 첫 내한
타셈 싱 감독의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 16년 만에 '더 폴: 디렉터스 컷'으로 재개봉하며 기대 이상의 흥행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개봉한 이 작품은 8주차에 접어들며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2008년 국내 첫 개봉 때보다 5배 수준의 성적이다.
이 작품은 개봉 첫날 전국 66개관, 좌석수 1만 5025석이라는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했지만 높은 좌석판매율을 유지해 왔다. 이에 타셈 싱 감독이 한국에서의 뜨거운 반응에 보답하기 위해 첫 내한을 결정했다.
당초 타셈 감독은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내한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관객과의 대화(GV), 무대인사 등이 1분 만에 초고속 매진됐다는 상황을 듣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일정을 하루 더 늘렸다.
2006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더 폴'에 세상 밖에 나왔을 때만 해도 타셈 감독은 오늘과 같은 일은 예상하지 못했다. '더 폴'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총 28년이 걸렸으며 촬영 기간만 4년을 소요했지만 당시 관객들은 이 영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극장 배급도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영화는 사비를 털어 개봉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을 비롯해 젊은 관객들이 '더 폴'에 열광하고 있다. 타셈 감독은 재개봉을 위해 오리지널 버전에 새로운 장면을 추가하고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 화면을 선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관객층이 형성된 것과 더불어 영화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된 것이다.
영화의 비주얼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관객에게 울림을 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CG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타셈 감독은 "오래 남을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CG를 쓰고 싶지 않았다. CG가 없는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낡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CG를 배제한 이유를 밝혔다.
이 영화의 매력을 논할 때 주인공 리 페이스(로이 역)의 메소드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2주 동안 휠체어에서 생활하며 실제로 하반신 마비 환자인 것처럼 연기에 몰입했다. 또한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 역의 카틴카 언타루는 타셈 감독이 9년을 기다려 찾아낸 캐스팅이었다.
무엇보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의 흥행은 OTT 시대에도 스크린 시대에서만 경험이 가능한 영화라는 점과 관객들의 입소문이 가장 유효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화적 감동과 압도적인 비주얼, 그리고 이를 진정으로 알아봐 준 관객들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흥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