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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은 너무 멀어"…상폐 위기에 바이오 기업 건기식·화장품 '동아줄'


입력 2025.03.24 14:38 수정 2025.03.24 14:44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 유예 기간 만료

매출 30억원 법차손 비율 50% 충족해야

단기간에 수익 확보 가능한 사업 진출 준비

국내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건기식·화장품 등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AI 이미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기존 신약 개발에서 벗어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소규모 바이오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의지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 중 매출이 30억원을 넘지 못하거나 최근 3년 내 2회 이상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 손실(법차손)이 자기 자본의 50%를 초과하는 업체를 관리 종목으로 지정한다.


해당 업체들은 연말까지 매출 요건과 법차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음해 3월 이후 관리 종목으로 지정, 1년 뒤에는 거래소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올라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될 수 있다. 단 기술 성장과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상장 후 각각 3년과 5년 동안 위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2020~2022년 바이오 투자 ‘호황기’에 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유예 기간 종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이 2023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특례 상장한 바이오·헬스 기업 중 올해 봄 법차손 문제에 걸리는 기업은 74개에 달한다.


연 매출 30억원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도 다수다. RNA 치료제 개발사 올리패스는 재무 구조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30억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상장 폐지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리패스는 최근 3년간(2021~2023년) 자기 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하며 관리 종목에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자기 자본이 전년 대비 500% 이상 증가하고 법차손도 91% 줄며 자기 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8.7%로 감소했으나 매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올리패스는 지난 1월 매출 30억원 미만으로 관리 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최근에는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던 바이오 기업이 상장 폐지되기도 했다. 파킨슨병, 췌장암 치료제 등의 파이프라인을 갖춘 바이오 기업 셀리버리는 지난달 상장 폐지에 따른 정리 절차에 돌입했다. ‘국내 1호 성장성 특례 상장’ 타이틀을 갖췄던 셀리버리의 상장 폐지에 따라 바이오 업계 내 위기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 금융 당국이 ‘밸류업 프로젝트’ 일환으로 코스닥 상장 폐지 요건을 강화하면서 바이오 업계는 당장 매출 확대 효과를 이끌어낼 사업 확보가 더욱 절실해졌다. 금융 당국은 올해 1월 상장 폐지 제도 개선안에서 매출 요건을 2027년 50억원, 2028년 75억원, 2029년 1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바이오 업계가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약 개발까지 평균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덩치를 키울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압타머사이언스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사업 확대를 정관에 추가했다. 압타머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매출 7억원으로 관리 종목 지정 위기에 놓인 압타머사이언스는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적극적인 신사업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의약품 비임상 및 임상시험 분석 서비스 ▲건강기능식품 도소매 및 수출입업 ▲화장품 도소매 및 수출입업 등을 신규 사업 부문으로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 관리 종목 지정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매출 19억원으로 30억원 ‘문턱’을 넘지 못한 박셀바이오도 올해 정기 주주총회 정관에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 기구 도매 사업을 추가한다. 강화되는 상장 폐지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2020년대 초반 바이오 투자 부흥기에 특례 상장한 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늘고 있다”며 “최근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완충 장치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즉각적인 매출 확보가 어려운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위해 최소 시가총액인 300억원의 2배, 즉 600억원을 달성하면 매출 기준을 면제해 준다는 개편안을 도입했다.


이에 한국바이오협회는 “매출 발생 및 이익 실현까지 타 산업에 비해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 산업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개편안을 통해 매출액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본업과 무관한 사업으로 진출하거나 인수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고, 신약 연구 개발에 집중할 수 있어 이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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