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인선 작업 착수...노태문 거론, 1인 체제 유지설도
이사회서 구체적 논의..임시이사회 개최 내주 넘길수도
재계 "인사 속도 빠를 듯"...삼성, 신중히 접근할 사안 판단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별세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인 삼성전자가 후임 인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에서 내주 사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대표이사'라는 중요한 자리의 인선인 만큼 오랜 검증 과정을 거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후임 인선에 보다 시일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한 전 부회장이 겸직했던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과 DA(생활가전) 사업부장의 후속 인사 논의에 나섰다. 이 회장이 지난 28일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만큼 후임 인선안 보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후임 인선에 대한 여러 설(說) 이어진다. 우선 차기 DX부문장으로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용석우 VD사업부장(사장)과 전경훈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밖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올드보이'(OB)를 앉힌다거나, 외부 인사 영업도 선택지에 포함됐다는 설도 뒤따른다.
말 그대로 '갑작스런' 리더십 공백인 만큼 후임 인선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는 2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안이 구체화될 예정인 데다, 오는 7~8일께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등 중요한 이벤트가 연달아 예정돼 있어서다.
대표이사 하루아침에 인선 어려워...시일 필요해 보여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대표이사'라는 중요한 자리의 인선인 만큼 삼성전자가 서둘러 인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아예 없는 상황이라면 인사를 서두르겠지만, 한명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면서 "더구나 한종희 부회장의 밑에서 각 사업부장이 역할을 잘해왔다. 대표이사의 인사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한종희·전영현 부회장의 '투톱'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한 바 있다. 당분간 반도체를 담당하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의 1인 대표이사 체제를 이어갈 것이란 설도 업계 내 상존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대표이사'의 인선인 만큼 급하게 인사 작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란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어느 회사든 대표이사를 정할 때 오랜 숙고의 시간을 거친다"면서 "삼성도 내부적으로 급하지 않게, 신중히 접근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개최해 한 부회장의 후속 인사 방법론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사회는 전영현 부회장·노태문 사업부장·송재혁 CTO 사장 등 사내이사와 신제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김준성·허은녕·유명희·조혜경·이혁재 사외이사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이번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한 반도체 전문가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오는 4일까지 유럽 출장 중으로 이사회 참석이 어렵다. 이 외에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기 위한 이사들의 일정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회의 참석이 불가할 경우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 통신수단 등을 사용해 이사회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전원이 대면한 상황에서 임시 이사회가 진행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의 대표를 뽑는 일"이라면서 "규정상 이사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회의가 진행될 수 있겠지만, 이정도 사안에서는 전원이 대면하는 상황에서 여러 의견이 오고 가는 상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수시 인사와 인재 영입 의지를 밝힌 것을 감안하면, 이번 후임 인사에서도 이 회장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숙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경우의 수에 따라서는 이 회장이 직접 등판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