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합집산 예측에 안 의원측 '생각도 안비슷한데 무리하게 협상 못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다. 공동 목표가 있는 사람들 간 힘을 합치면 목표한 일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이 추진하고 있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개정안을 두고 이 속담이 적용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본래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인원은 20명. 하지만 박 사무총장의 법안은 이를 10명으로 대폭 줄이는 게 핵심이다. 비교섭단체가 교섭단체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활짝 여는 것으로 결론적으로는 현 양당체제에서 제3당의 존재를 받아들인다는 뜻이 된다.
이 때문에 누구보다 독자세력화에 박차를 가하며 양당에 맞선 신당 추진에 힘을 쏟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안 의원은 지난달 20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박 원내대표의 개정안에 대해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 사무총장의 개정안이 안 의원의 ‘신당 창당 디딤돌’이 돼주고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다만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안 의원이 독자적으로 제3당을 출현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존하고 있는 다른 군소정당도 마찬가지다.
일단 새누리당과 민주당 다음으로 의석수를 갖고 있는 통합진보당은 6명(김미희·김선동·오병윤·이상규·김재연·이석기), 진보정의당은 5명(김제남·박원석·서기호·심상정·정진후)으로 10명이 안 된다. 무소속 또한 국회의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새누리당에서 나온 강창희 국회의장을 제외하면 모두 7명(안철수·송호창·박주선·문대성·김형태·현영희·강동원)뿐이다.
더군다나 무소속 의원 간 한마음이 되기가 어렵다. 교섭단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정치성향이 맞아야하는데 문대성·김형태·현영희 의원은 보수당인 새누리당 출신이고, 나머지는 민주당 및 야당에 가깝다. 여기에 기존 군소정당 간도 합(合)을 맞추기가 어렵다. 통진당과 정의당은 본래 한 당이었지만, 부정선거 및 종북 논란 등 갈등을 겪은 뒤 각자 살림을 차렸다.
이 때문에 군소정당과 무소속 간 이합집산 가능성이 점쳐진다. 어찌됐든 혼자로는 어렵지만, 누구든지 함께 손만 잡으면 충분히 교섭단체 요건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당에 대한 열망이 깊은 ‘무소속 대표’ 안 의원과 군소정당 간 관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진당·정의당 모두에게 마음 얻어야 하지만…신당은?
현재 안 의원에게는 대선 때부터 자신을 도왔던 송 의원과 자신, 단 둘 뿐이다. 박주선·강동원 의원은 민주당을 택할지 안 의원을 택할지 확실하지 않다. 안 의원 측이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도 8석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재보선에서 이만한 공석이 날 것인지부터가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3일 박 사무총장의 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안 의원을 두고는 “안 의원의 새 정치 내용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주의 깊게 보고 있고, 내용에 따라 정치개혁의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안 의원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정의당보다 규모가 큰 통진당의 입장은 어떨까. 통진당은 해당 법안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재연 통진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교섭단체 문제는 구성 요건이 아닌 교섭단체 간 합의로 국회운영을 마음대로 하는데 있는 것”이라며 “(현 상황은) 남의 다리 긁는 양 문제의 본질을 호도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박 사무총장이 내놓은 개정안에 따라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두 정당의 마음을 모두 얻어 ‘내 편’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13명으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한데다 ‘노원병’으로 인연이 있는 노회찬 공동대표가 있는 정의당과는 협상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정희 대표가 있는 통진당은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인데다 지난 대선 당시 함께 18대 대선후보였다는 점을 빼곤 특별한 인연도 없다.
아울러 이 일을 추진하는데는 앞서 언급된 정치성향 문제도 안 의원의 발목을 잡는다.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으로 서기 위해 힘을 합친다는 간단명료한 이유 아래 모이기에는 서로 간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중도 노선, 두 당은 급진적 진보 개혁 노선을 지향하고 있고, 그러면서 두 당 사이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안 의원 입장에선 일련의 상황들이 향후 꾸려질 신당의 성향 및 인적구성을 규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극도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이 최근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을 신당 모델로 제시한데 대해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곧바로 선을 그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안 의원 측은 1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군소정당과 손잡을 가능성과 관련,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안 의원 측은 “생각이 비슷하지도 않은데 다른 정당과 무리하게 협상할 수 있겠느냐”면서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측은 ‘너무 원내 중심이 아니냐’는 생각 정도이지 당장에 무언가를 바꾸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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