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프리미엄 전략 통할까' 한샘 목동 플래그샵 가보니
수입브랜드 적극 배치, 직원 친절도 매우 높아...임대 매장 많고 유사 디자인 많아 '한샘 스타일'완성 숙제
한샘이 서울 강서권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 오픈한 '한샘 플래그샵 목동점'(이하 목동점)을 7일 저녁 찾았다.
평일에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지하 2층에서 지상 6층 규모에 비해 고객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오히려 판매 직원들이 더 많아 보였다.
'목동점'은 강서권 고객만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 아닌 올해 말 경기도 광명에 들어서는 이케아를 겨냥한 전략적 요충지다.
목동점에서 광명까지는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다고 한다. 바로 그 길목에 위치해 이케아로 가는 고객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목동점은 기존 플래그샵에서 추구했던 원스톱 쇼핑, 체험형 쇼핑 등을 넘어서는 '프리미엄 쇼핑'을 지향한다. 한샘은 이를 3세대 플래그샵이라고 표현했다.
목동점에 들어서자 주차장 직원이 주차를 대행해 준다. 기계식 주차장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주차를 대신해 주는 것. 매장에서 한 가지만 구매해도 주차비는 받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6층에서부터 매장을 살펴봤다.
6층은 부엌과 카페가 들어와 있다. 프리미엄 컨셉 매장이어서 그런지 한샘의 프리미엄 부엌 브랜드 '키친바흐' 뿐 아니라 스위스 브랜드 '프랑케', 독일의 '블룸베르크' 등 수입 브랜드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또한 한샘이 본격 외식업에 진출한다고 느낄 수 있는 '샘(SSeM)카페'도 매장 한 켠에 자리했다. 이곳에서는 음료뿐 아니라 와인, 파스타, 피자 등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주방에는 화덕도 설치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식사나 와인을 먹기에 내부 인테리어가 조촐해 보였다. 또 까사미아나 이케아의 경우 자사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모두 자사 제품으로 꾸며 체험공간으로 활용하지만, 이 카페에 한샘 제품을 썼는지는 의문이다.
층간을 오르내리는 공간에는 식기건조대, 스페이스빌더라는 수납용품, 도마세트 등 한샘의 '으뜸상품'을 진열해 놔서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하지만 도마세트의 경우 영국 브랜드 '조셉조셉' 제품과 디자인이 너무 비슷해 '디자인 기업'을 선언한 한샘을 무색하게 했다.
5층에는 자녀방과 서재, 플레이룸 등으로 꾸몄다. 이곳에서는 한샘의 책상의자 브랜드 '마일로'가 전시돼 있었고, 다양한 컨셉의 자녀방들이 전시돼 있었다. 하지만 체험형 공간을 지향한다지만 침대 위에 가격표를 올려놔서 고객들이 직접 누워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4층에는 '나뚜찌', '칼리아', 'IMG' 등 수입가구들이 주로 입정돼 있는 명품가구 매장으로 꾸몄다. 한샘이 목동점에 프리미엄 전략을 위해 수입가구 브랜드들을 다수 입점 시켰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 수입가구들의 수입원이 거의 한샘 도무스, 더홈 등 조창걸 명예회장 및 한샘의 관계사라는 점에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2층에는 수면존으로 한샘의 매트리스 브랜드 '컴포트아이'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한샘은 침대 매트리스 공장을 직접 운영할 정도로 매트리스를 주력으로 밀고 있다.
1층 한 켠에는 사물함도 무료로 운영하고 있어 무거운 짐이 있거나 신발이 불편해 가벼운 신발로 갈아 신고 쇼핑하기 원하는 고객들에게 유용해 보였다.
지하 1, 2층은 생활용품으로 꾸몄다. 이곳은 대형마트에서 보던 카트를 끌고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카트를 끌고 쇼핑하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간 확보가 필요해 한샘은 지금까지 서울 잠실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서만 도입했었다.
프리미엄을 지향해서인지 세계적인 스피커 브랜드 뱅앤올룹슨과 제네바 등도 입점돼 있었고 한샘의 침구 브랜드 휘스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샘 자체브랜드보다 한국도자기 등 임대 매장들이 다수 보여 향후 한샘의 디자인 일관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보였다.
층별로 통합 계산이 되지 않는 점도 단점으로 보였다. 카트를 도입했으면 대형마트처럼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게 좋았을 텐데 그럴 공간은 부족해 보였다.
다만 직원들의 친절도는 매우 높았다. 세련된 친절은 아니었지만 노력하는 친절은 높이 살만하다. 교육만 더 받으면 좋을 것 같다. 많이 구입하지도 않았지만 주차장까지 직원이 직접 가져다줘서 편한 쇼핑을 할 수 있었다.
한샘이 플래그샵을 도입하면서 거뒀던 성과는 지금까지 가구나 생활용품을 사기위해 가구단지나 백화점 등으로 다녔던 고객들을 유인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쇼핑 트렌드를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가구나 생활용품을 사려면 '한샘'을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다.
다만 한샘이 풀어야할 숙제도 많아 보였다. 한샘이 현재 도입하고 있는 플래그샵 모델은 해외의 '크리에이트앤배럴', '포터리반', '웨스트엘름'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이 성공한 것도 이케아에 싫증을 낼 법하고 거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고객들을 겨냥한 것이다.
즉 한샘의 플래그샵은 새로운 것이 아닌 해외에서 이미 도입된 것으로 '손쉬운 사업 전략'인 것이다. 한샘이 자사를 제조회사가 아닌 유통회사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자체 생산 대신 브랜드 가치를 높여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하는 것이다. 디자인 파워와 거대 유통망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고 한샘이 '디자인 기업'을 선언한 것도 그런 배경이다.
목동점을 둘러보고 이러한 전략이 어느 정도 한국시장에 먹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직까지 임대매장이나 외부 브랜드들이 많아 '한샘 스타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인양품'경우도 OEM 방식이지만 모두 자사 디자인 정책에 따라 생산되고 전체 매장이 '무지 스타일'이 아닌 것이 없다.
향후 한샘도 '한샘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입브랜드들을 포함한 임대 들어간 브랜드들을 모두 '한샘 스타일'로 바꿔야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또한 '디자인 기업'과 '한샘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디자인 카피'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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