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개인정보 유출 "질병정보 없으니 안심하라니"
유출된 개인정보 1105만건 중 보험대리점에서 유출된 정보 1만3000건
질병정보 없더라도 보험사 정보 유출된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
보험대리점에서 보관하던 개인정보 1만3000건이 시중에 나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행 중 다행히 유출정보에 질병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보험사가 개인의 병력이나 수술내역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면서 내부보안을 허술하게 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영업을 담당하는 보험대리점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되더라도 보험회사는 이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고객정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인천 남동경찰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안모(37)씨 등 3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신원미상의 브로커로부터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의 고객정보 1105만건을 사들였다. 불법으로 구입한 개인정보는 성인사이트를 홍보하는 데 활용됐다.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이들 일당은 개인정보를 활용해 4억4000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특히 이들이 활용한 정보에는 보험사에서 빼낸 정보도 포함돼 있어 개인의 질병정보가 유출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식별정보와 달리 질병정보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유통된 개인정보 중 보험사 14곳의 개인정보 1만3000여건도 포함됐다"면서도 "여기에는 보험사와 판매위탁 계약을 맺은 판매대리점이 관리하던 정보로 개인의 병력, 수술내역 등의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경찰의 말을 인용해 보험사에 새나간 정보는 질병정보가 아닌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계약정보가 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험대리점도 고객 가입 과정에서 질병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다루고 있어 금융소비자의 우려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모두 경찰의 수사에만 의존하고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경찰이 질병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보험사 서버나 홈페이지 해킹이 아닌 이상 경찰 수사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시인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우리도 아침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이전까지 어떤 내용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발표를 보면 시중에 나돌고 있는 개인정보는 성인사이트를 홍보하는 데 활용됐다. 성별이나 나이, 이메일, 전화번호 등을 토대로 성인사이트 홍보 타겟을 정한 것이다.
범죄 목적만 봤을 때 이들이 질병정보를 수집할 이유가 없다. 뒤집어 보면 이들이 필요하지 않아서 수집하지 않은 것이지 유출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보험사의 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정보가 돈과 관련된 범죄에 쓰이듯, 질병정보는 생명과 관련된 범죄에 쓰인다"며 "어떤 정보가 유출됐느냐를 떠나 보험가입자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간 사실만으로도 대형사고"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암 투병 이력이 있거나 가족 중 암환자가 있는 경우 암과 관련된 불법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다루는 정보가 개인의 생명과 관련된 만큼 보안수준도 최고등급이어야 한다"며 "하지만 영업채널이 다양한 보험시장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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