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 맥주업계 한파에도 홀로 '구름몰이'
업계 양대산맥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논란 겪는 동안 '무탈'
수제맥주·펍 전쟁 벌어지는 가운데 '클라우드 펍'으로 대응
클라우드를 내세운 롯데주류가 최근 맥주업계에서 일어난 각종 논란과 수제맥주 돌풍 속에서도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근래 업계 양대산맥인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각각 한강물 공짜 사용 논란과 갑을 논란을 겪을 때 화를 피했고, 신세계와 같은 유통공룡들의 수제맥주 및 펍 진출에도 밀리지 않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랫동안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로 양분됐던 맥주업계는 지난해 4월 클라우드의 등장과 함께 '오비-하이트-롯데' 3파전이 됐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마케팅인사이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음용률로 추정한 클라우드의 점유율은 6.0%였다. 반면 오비맥주는 37.1%로 전년(44.1%)보다 7.1%p 빠졌고 하이트진로도 28.3%로 전년(30.2%)보다 1.9%p 감소했다.
진입장벽이 높아 신제품 성공이 어렵다는 맥주시장에서 이같은 롯데주류의 성공은 '운'과 '노력'이 적절히 혼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선 맥주업계에 연이어 터진 불미스러운 사고에서 비껴갔다.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 중 먼저 매를 맞은 곳은 하이트쪽이었다. 그룹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생수 사업이 이른바 지역 중소업체에 대한 '갑질논란'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이는 등 홍역을 치렀다.
뒤이어 오비맥주는 '한강물 공짜 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오비맥주가 1979년부터 현재까지 남한강 하천수로 카스 등의 맥주를 제조하면서 하천 사용료인 237억원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오비맥주는 "하천수 사용료 납부 통보를 이번에 처음 받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루머 사건'으로 맞붙으면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오비맥주 카스의 일부 제품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속출하면서 식약처가 확인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SNS를 통해 '가임기 여성은 무조건 (카스 맥주를) 피하라' 등의 근거 없는 말들이 떠돌자 오비맥주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라이벌의 '네거티브 전략'으로 해석했다. 경찰은 루머를 퍼뜨린 이들이 하이트진로 측에 있다는 단서를 잡고 사옥 등을 압수수색했고 하이트진로 일부 직원이 개인적으로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했다.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가 냄새 논란을 피해 자사를 흠집낸다며 "품질관리에 신경쓰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유통공룡 위협에도 맞서…'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 누적 방문 2만5천명
이외에도 유통공룡들의 수제맥주 및 펍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기존 맥주업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롯데주류는 밀리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유통가는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 SPC그룹 육가공제품 전문 계열사인 그릭슈바인이 운영하는 독일식 음식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펍 '그릭슈바인'을 비롯해 '천하장사'로 유명한 진주햄이 유명 수제맥주 브루어리인 '카브루'를 인수하는 등 맥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롯데주류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난해 8월 롯데호텔 잠실점 지하 1층에 자사 맥주 클라우드를 알리기 위한 펍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열어 선전하고 있다.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은 문을 연지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 수가 2만5000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롯데주류 클라우드의 승승장구는 맥주가에 불고 있는 '진한 맥주' 트렌드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평도 나온다. 최근 주류시장은 '진한 맥주, 순한 소주' 구도로 흘러가는 가운데, 클라우드는 '물 타지 않는 맥주'를 표방하며 진한 맥주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9개월 만에 누적 판매 1억병(330ml 기준)을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오는 3월부터 3년간 충주 매가폴리스 내 연간 생산량 20만kl 규모의 맥주 제2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롯데주류 맥주 생산량은 지난해 맥주 제1공장을 증설하면서 기존 5kl에서 10만kl로 늘었으며 맥주 제2공장이 증설되면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뛸 전망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올해 성장 목표에 대해 "증설라인을 포함한 공장 생산량 전량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며 "상승세이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입지를 다져온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에 비하면 아직 '새싹'에 불과한 만큼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롯데주류가 높은 맥주업계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은 데 대해 롯데그룹이 갖고 있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의 덕을 빼놓을 수 없다고 꼬집는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출시 초기 클라우드를 알리는 데 있어 유통채널의 도움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유통채널들은 '공간을 파는 장사'를 하는 만큼 클라우드 매출이 자꾸 빠졌다면 공간을 내어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작에서는 도움을 받았을지라도 이후에는 소비자들이 찾아준 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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