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없는 ‘한진해운 치킨게임’…책임공방만 가열
정부, ‘정보제공 부재’ 한진에 물류대란 책임 전가
대한항공 이사회, 600억 지원 논의 지연…물류대란 장기화 우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에 따른 ‘물류대란’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 등 주체들은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과 관련해 “관계부처가 대책을 논의했지만 한진 측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정부 부처간 협의에 한계가 발생한 이유는 대책을 세우는 데 가장 핵심인 화주 정보와 운송 계획을 한진해운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한진이 정보를 제공했다면 현대상선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강조해 온 유일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8일 연석 청문회에서 “물류대란의 책임은 한진해운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진해운 측은 “해양수산부와 채권단의 정보 요청에는 대부분 협조했다”며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운송정보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은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물류대란’의 책임이 한진그룹에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한진그룹은 당초 집행키로 한 자금 지원을 망설이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지난 8일부터 이틀째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부채비율이 1100%에 육박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추가 지원할 경우 배임에 해당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에 신속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혼란과 동요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작 승자는 없었던 한진해운과 정부간의 ‘치킨게임’이 끝나고 고래싸움에 등이 터진 업계의 피해 소식만 들려오고 있는 것.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 대란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않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각 항만에는 컨테이너 수만 개가 쌓이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상선 선박이 긴급 투입될 예정이지만 여기에 실리는 컨테이너는 1200여개에 불과해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 세계 각국 항만에서 용선료와 하역운반비, 연료 대금 등 문제로 현재까지 89척의 선박이 운항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에서 가압류된 선박은 4척으로 늘었다.
무역협회 수출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 기준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피해 접수는 총 256개사 258건을 차지하며 전날보다 신고 건수가 17.3% 증가했다. 신고된 화물 피해 총 금액은 약 1억1100만달러에 달했다. 한국선주협회에서는 환적화물 감소 및 운임폭등의 여파로 연간 17조원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 8일 한진해운에 대한 법원의 긴급 자금 지원(DIP 파이낸싱·회생기업 대출) 요청을 거부하기로 결론짓고 이를 법원에 통보했다. 지원액 회수 가능성이 낮고 물류대란의 책임 주체인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야한다는 원칙을 지킨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600억원 자금지원 계획이 이사회의 강한 반대 의견으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법원의 긴급자금 지원 요청까지 거부하면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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