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유도신문 남발에 논리적 비약까지...무리수 두는 특검
혐의 입증 증거 제시 못하자 증인 진술에 기대는 모습
변호인단 반발 속 재판부 제지...14시간 지루한 재판
혐의 입증 증거 제시 못하자 증인 진술에 기대는 모습
변호인단 반발 속 재판부 제지...14시간 지루한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한 재판에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특검이 재판에서 증인에게 유도신문를 남발하고 논리적 비약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공판이 한 달이 넘은 상황에서 기소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제 14차 재판에서 특검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 등 출석 증인들에게 억지답변을 유도하는 신문을 시도하다 재판부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 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비서관에게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과 김종 전 문체부 차관 등의 진술을 제시하며 사실 인정을 강요하는 듯한 신문을 진행했다.
특검은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기로 했으니 전화해보라'는 정 전 비서관의 연락과 함께 장충기 전 사장의 연락처를 받았다는 김 전 차관의 증언을 공개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씀자료에 기재된 이재용 부회장 승계문제 해결이 언급된 부분과 관련해서도 정 전 비서관이 읽을 수 있는 말씀자료가 아닌 참고자료라고 밝혔음에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양해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다소 무리한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 변호인단은 특검이 정 전 비서관에게 '김 전 차관이 그렇게 증언했으니까 정 전 비서관도 그랬을 것이다'와 같은 가정을 전제로 유도신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진술을 강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정 전 비서관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그럴 것이다'라는 진술을 받기 위해 유도신문을 했다"며 “그럼에도 법정에서 김 전 차관 등의 진술을 장황하게 말하면서 입증됐다고 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납득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의 잇따른 무리수에 급기야 재판부가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특검이 장충기 전 사장이 김 전 차관과 통화했다는 부분을 정 전 비서관에게 물어보려하자 김진동 판사는 “증인이 충분히 답변했는데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나”라고 자제를 요구했다.
이어 특검이 이 날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업무수첩에 ‘삼성-엘리엇 다툼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문제’라고 기재된 부분에 대해 신문하려 하자 재판부는 “오늘 제출한 증거인가”라며 “증인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은 오후에 열린 이영국 상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에게도 이러한 유도 신문 기조를 이어갔다. 특검은 승마인의 밤 행사 관련, 이 상무가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정윤회 씨 딸이 사전에 행사에 불참하는 것으로 조치됐다’는 내용을 집중 추궁했다.
특검은 ‘조치됐다’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감추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이 상무를 집중 추궁하며 몰아부쳤다. 하지만 이 상무가 “그냥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보고한 차원의 것”이라고 답변해 특검의 공세는 무위에 그쳤다.
이처럼 특검이 증인들을 상대로 유도신문을 남발하며 동일한 질문을 여러차례 반복하면서 이 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오후 11시40분이 돼서야 마치는 등 휴정시간 포함, 약 14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등 다소 지루하게 전개됐다.
한편 18일 진행되는 15차 공판에는 최명진 모나미 승마단 감독과 이규혁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최 감독에게 모나미 해외 계열사가 지난해 5월 독일 승마장을 구입한 경위와 삼성전자와의 계약 및 정유라에 대한 특혜 지원 여부 등을 놓고 공방을 펼칠 전망이다. 이규혁 선수에 대해서는 장시호씨가 운영한 영재센터에 참여하게 된 경위와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 대가성에 대해 신문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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