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진위여부는 어디로? 뇌물없는 뇌물재판
증인들의 오락가락 진술...재판 사실여부 입증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
특검, 증거 아닌 증언에 매달려...유도신문 남발로 비효율성 양산
증인들의 오락가락 진술...재판 사실여부 입증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
특검, 증거 아닌 증언에 매달려...유도신문 남발로 비효율성 양산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혐의 입증과는 관계없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지는 않은 채 무차별적인 의혹제기와 유도신문이 남발되는가 하면 급기야 증인들이 횡설수설 증언까지 더해지면서 비효율적인 공판이 양산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증인들...헷갈리는 진실
실제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임원들에 대한 1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은 진술이 오락가락해 증언의 신빙성 문제가 제기됐다.
변호인단이 ‘삼성물산 주식이 1주당 9만원까지 갔었는데, 무슨 7만5000원이냐’라고 말한 증언의 발언을 지적하며 주식매입가를 삼성에서 제안한 것이 아닌, 증인이 희망가격을 제안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이 그가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주당 9만원의 가격으로 먼저 협의를 제안했던 사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라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자 증권사의 목표주가 9만원 이야기로 답변을 대신하는 등 시종일관 법정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따.
또 변호인단이 그가 작성한 진정서 중 ‘김신 사장 소개로 삼성그룹 최고 권력자(김종중) 만나서 9만원 등 가격 맞지 않아서 유보하고 있었는데 삼성물산 자사주 팔았다’라는 내용을 문제 삼자 “진술서 쓸 때 시점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한꺼번에 쓰다 보니 믹스가 된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17일 열린 14차 공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가 조사 때와 다른 진술로 법정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 상무는 특검이 공개한 검찰 진술조서는 자신의 진술과 다른 취지로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사 당시 독감에 걸리는 등 건강이 좋지 않고 심신이 피곤해 진술조서 내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빨리 귀가하기 위해서 그냥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검 때 조서 열람 시간이 30분이었는데 검찰 조서는 16분이 걸린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 조사를 처음 받았기 때문에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함부로 막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이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진위 공방이 이어지는 등 재판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검의 유도신문 남발도 재판 비효율성 높여
특검이 유도신문을 남발하고 있는 것도 재판의 비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검은 조사 때 ‘차고 넘친다’는 이야기와 달리 재판에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증인들의 증언에 점차 기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증인들에게 억지답변을 유도하는 신문을 지속하다 재판부로부터 제지를 당하기까지 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제 14차 공판에서 특검은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억지답변을 유도하는 신문을 시도하다 재판부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특검은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기로 했으니 전화해보라'는 정 전 비서관의 연락과 함께 장충기 전 사장의 연락처를 받았다는 김 전 차관의 증언을 공개하며 정 전 비서관에게 가정을 전제로 '그럴 것이다'라는 진술을 받기 위해 유도신문을 했다.
특검이 장충기 전 사장이 김 전 차관과 통화했다는 부분을 정 전 비서관에게 재차 물어보려하자 재판부가 “증인이 충분히 답변했는데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나”라고 자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특검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업무수첩에 ‘삼성-엘리엇 다툼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문제’라고 기재된 부분에 대해 신문하려 하자 재판부가 “오늘 제출한 증거인가”라며 “증인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의 유도신문 정황이 담긴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돼 특검을 당황케 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지난 10일 1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비덱스포츠 직원 김 모 씨는 “마필 계약 관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특검 조사 때 이뤄진 진술이 특검 사무실에서 들은 이야기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 특검 조사시 마필 교환에 대해 ‘최순실 씨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안드레아스가 협의 한 것 같다’고 한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도 “누구누구 미팅이었는지 몰랐고,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신은 없다”며 “그 날 특검 사무실에서 시기 정황에 대해서 검사님이 이야기 해주셔서 인정한 것 뿐"이라고 진술했다.
특검의 유도신문 남발에 증언들의 헷갈리는 진술 등으로 재판은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7일 첫 공판 이후 매주 주 3회(수·목·금) 공판을 이어가고 있지만 재판 시간만 늘어나는 등 혐의 입증 등에서는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14차 공판의 경우, 오전 10시에 시작돼 오후 11시40분 경 재판을 마쳐 13시간40분간 진행됐지만 구체적 증거나 증언을 통해 기소 혐의가 입증된 것은 없었다.
이 때문에 재판부 안팎에서는 당초 예정대로 8월 중 1심 선고가 내려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재판 진행으로 봐서는 최대 6개월로 정해져 있는 피고인 구속 기소 기한을 다 채워 1심 판결이 나올 것”이라며 “향후 돌출 변수가 등장하며 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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