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BBQ‧굽네치킨 연간 광고‧판촉비로 100억원씩 지출
업계 1위 교촌, 하반기부터 광고비 30% 감축…내년엔 최대 50% 확대
최근 가격인상에 실패한 치킨업계가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다이어트 1순위는 연간 100억원을 상회하는 광고‧판촉비다. 치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치킨 업체들은 1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광고‧판촉비로 사용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치킨, BBQ, 굽네치킨 등 주요 치킨업체들은 지난해 연간 100억원 가량을 광고 및 판촉비로 사용했다. 교촌치킨은 147억157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BBQ가 128억2360만원, 굽네치킨이 97억7273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각 업체들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7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비용 지출이 가장 많았던 교촌치킨의 경우 83%에 육박한다.
치킨의 주요 소비층인 10~20대 고객 유치를 위해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나 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특히 업체 간 인기 모델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주요 모델들의 출연료는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모델은 연간 출연료로 10억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음료 업계에서는 치킨업계가 광고계의 물을 흐린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주요 모델들의 몸값을 잔뜩 올려놔 다른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가격 인상 논란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져서다. 특히 일부 치킨업체들이 가격 인상분 일부를 광고비로 사용하려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격인상분=광고비’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임대료와 배달 인건비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지만 최근 가격인상 논란으로 인해 당분간은 가격을 올리기 어렵게 됐다”며 “가격을 올리면 광고비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을 것 같다. 이런 문제 때문에 손님이 줄어들 바에는 광고를 줄이고 그 돈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광고비 거품이 심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당장 줄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치킨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하반기부터 광고비를 30% 줄일 예정이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건비, 임대료 등 가맹점 운영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격 인상이 아닌 다른 방안들로 먼저 상쇄해 보겠다는 것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는 기존 대비 최대 절반 수준으로 광고비를 줄일 계획이다. 대신 비용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강화해 가맹점 매출 활성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당분간은 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일단 치킨 성수기인 여름철까지는 기존 전략을 바꾸긴 어렵다”면서도 “가장 많은 비용을 쓰는 교촌이 광고비 줄이기에 나선 만큼 다른 회사들도 비용 줄이기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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