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삼성…변액보험 고객도 불똥
삼성그룹 상장사 시총 이번 달 들어서만 20조 증발
해당 주식 투자 변액보험 펀드 연 수익률도 5.3%P↓
삼성그룹주가 휘청거리면서 관련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사태, 삼성생명의 지분구조 논란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악재 때문으로 변액보험 인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가능성에 생보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우선주를 제외한 16개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시총은 482조5939억원으로 지난 달 말(503조741억원) 대비 4.1%(20조4802억원) 감소했다.
해당 상장사들 가운데 이 기간 시총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시총은 342조1110억원에서 331조2371억원으로 3.2%(10조8739억원) 줄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도 같은 기간 32조2885억원에서 25조7713억원으로 20.2%(6조5172억원) 감소했다.
삼성물산 삼성SDS의 시총도 2조원 안팎씩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26조5566억원에서 24조906억원으로, 삼성SDS는 26조5666억원에서 17조1779억원으로 각각 9.3%(2조4660억원)와 9.4%(1조7797억원)씩 시총이 줄었다. 이밖에 조사 대상 기간 시총이 감소한 삼성그룹 상장사들은 에스원(1976억원)·삼성엔지니어링(1274억원)·삼성생명(1000억원)·제일기획(805억원)·삼성증권(223억원) 등이었다.
이처럼 삼성그룹 식구들의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계열사들에서 불거지고 있는 여러 논란들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재계와 금융권을 달구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이번 달 초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를 완료하고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반발,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양측 간 갈등에는 더욱 불이 붙는 형국이다.
삼성SDS의 주가 약세는 삼성증권 주식배당 오류의 후폭풍 성격이 짙다. 금감원은 지난 8일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삼성SDS가 최근 5년 간 삼성증권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 계약 72%를 점유했고 이중 수의계약이 91%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삼성SDS에 대한 삼성증권의 일감 몰아주기도 이번 대형 금융 사고를 부른 요인 중 하나라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삼성증권에서는 지난 달 6일 오전 9시 30분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들에게 28억3162만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잘못된 전산입력으로 회사 주식 28억3162만주를 입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전 거래일 기준 주가를 기준으로 112조원 어치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를 받은 삼성증권 16명이 501만여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하면서 당일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 가량 급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지분 구조와 관련한 오래된 논쟁에 연관돼 있다. 현재 국회에는 삼성생명에게 특혜가 될 수 있는 보험업법의 허점을 메우자는 취지의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은행과 금융투자사와 달리 보험사에 대해서만 투자 자산의 가치를 취득원가로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보험업법에 잘못이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보험업법은 대주주나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을 막기 위해 보험사가 가질 수 있는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보험사의 투자 자산을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현행법 상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5000억원대로 이를 넘지 않지만, 시가로 계산해 보면 해당 지분 가치는 20조원을 훌쩍 넘기며 총자산의 10%에 육박하게 돼 매각이 불가피하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총수 일가 지배구조의 핵심 축이다. 삼성전자의 주주들 가운데 단일 주주로 최대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 바로 삼성생명이다. 이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즉,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 축소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그룹 차원의 악재인 셈이다.
문제는 삼성그룹 상장사들에서 생겨난 이런 여러 불똥이 엉뚱한 변액보험 고객들에게까지 튀고 있다는 점이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투자 상품이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는 소란으로 삼성그룹 주식에 투자하는 변액보험 펀드들의 수익률까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삼성생명과 흥국생명,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 DB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가 운영 중인 9개 삼성그룹주 투자 변액보험 펀드들의 이번 달 10일 기준 최근 1년 간 수익률은 평균 12.7%로 지난 달 말(18.0%) 대비 5.3%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주 변액보험 펀드에 들어 있는 자산은 불과 열흘 새 3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처럼 줄어든 자산 대부분은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생명의 몫이었다. 삼성그룹주 투자 변액보험 펀드들에 설정된 자산은 9336억원에서 9050억원으로 3.1%(286억원)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삼성그룹주식형 변액보험 펀드 자산이 8589억원에서 8312억원으로 3.2%(277억원) 줄며 전체 감소 액수의 96.9%를 차지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다른 보험들과 달리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투자 상품"이라며 "단기 차익을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가입해야 하는 보험의 특성을 고려하면 불안정성이 큰 주식형 펀드에 보험료를 지나치게 많이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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