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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백신'에 사활건 제약사들…백신주권 높이고 글로벌 진출까지


입력 2018.05.21 15:21 수정 2018.05.21 15:59        손현진 기자

프리미엄 백신 시장 날갯짓…부가가치 높아 제약사들 '눈독'

미국 법인 세워 차세대 백신 개발…백신사업 분사해 전문성 확대도

국내 제약사들이 필수 접종 백신을 넘어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활발히 나서면서 외자사 비중이 높은 시장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SK케미칼이 경북 안동 'L HOUSE(엘 하우스)'에서 세포배양 탱크를 활용해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SK케미칼

국내 제약사들이 필수 접종 백신을 넘어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활발히 나서면서 외자사 비중이 높은 시장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프리미엄 백신 개발은 백신의 국산화를 일컫는 '백신주권'을 확립하면서도 글로벌 무대까지 공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업계에서도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21일 GC녹십자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신규 법인 큐레보(CUREVO)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차세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큐레보는 올해 하반기에 GC녹십자와 목암생명과학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CRV-101'의 미국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동안 필수 기초 백신에 주력했던 GC녹십자가 성인 대상의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백신과 동급의 제품을 만들어 저가 정책에 승부를 거는 방법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진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동종 최고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상포진, 폐렴구균,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의 프리미엄 백신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에 따라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8억달러(약 8600억원)로 추산되는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10년 내 지금의 2배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프리미엄 백신은 1회 접종 가격이 10만원을 웃돌 정도로 비싼 만큼 부가가치도 높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높은 기술장벽으로 독점 구조를 이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이 많았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R&D(연구개발) 및 마케팅 역량을 축적하면서 이같은 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GC녹십자가 미국 워싱턴에 설립하는 법인 '큐레보' ⓒGC녹십자

SK케미칼도 백신 사업에 역량을 적극 집중하면서 녹십자와 함께 '국내 백신 2강'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두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를 국내 출시했다. 스카이조스터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약독화시킨 생백신이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가 대상포진 시장을 독점해왔으나 SK케미칼 측은 스카이조스터를 올해 안에 발빠르게 공급해 시장 구조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기준으로 이미 올해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안재용 SK케미칼 VAX사업부문장은 “글로벌 제약사 한 곳에 의존하는 독점구조가 깨져 제한적이던 접종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향후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상포진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10일 스카이조스터에 대한 공동 마케팅 및 판매 협약을 맺었다. SK케미칼은 스카이조스터를 다양한 접종처에 공급해 올해 시장점유율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대웅제약은 종합병원과 일반 병의원에서의 공고한 영업·마케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은 백신사업을 분사해 전문성을 키우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2일 이사회에서 기존 VAX(백신)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신설회사를 설립하는 안을 의결했다. 회사명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칭)로 알려졌으며, 발행주식의 100%를 SK케미칼에 배정하는 단순물적분할 방식이다.

회사 측은 백신사업을 분사하면서 바이오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외부 투자유치에 용이한 구조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사회의 승인에 따라 신설법인은 내달 15일 주주총회를 거쳐 7월 1일자로 분할하게 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칭)는 혁신적인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백신 개발 전략을 지속 추진해, 국내 마켓 리더십 강화와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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