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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지원' 카드로 손내민 美, 공은 다시 北으로


입력 2018.12.20 11:00 수정 2018.12.20 12:16        박진여 기자

독자제재·대북압박 기조 유지한 美 이례적 조치

문제는 北 호응도…시선은 내년 신년사 메시지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9월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등을 만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독자제재·대북압박 기조 유지한 美 이례적 조치
문제는 北 호응도…시선은 내년 신년사 메시지로


미국이 한미 실무급 북핵협의 계기 대북지원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발표하며 또 한번 북측에 손을 내밀었다. 그동안 독자제재로 사실상 인도적 지원에도 제약을 가했던 미국으로서는 이례적 조치로, 멈춰있는 비핵화 협상에 추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핵화 협상을 담당하는 미국측 실무 책임자인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한미 워킹그룹 참석차 방한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이를 위한 미국인 여행 금지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문제로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인도적 분야의 제재 완화로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비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성명을 통해 ▲민간·종교단체의 인도적 지원 재검토 ▲미국 국민의 지원 물품 전달 및 북한 여행 허용 등을 발표했다.

미국은 작년 9월부터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대북 독자제재를 시행해 왔다. 당시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 미국에 돌아온지 엿새 만에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비건 대표는 이번 대북 인도지원 조치에 대해 최근 변화된 북한의 태도를 그 배경으로 설명했다. 북한은 두 달 전 불법 입국 혐의로 억류된 미국 국민을 재판 없이 신속하게 추방했으며, 신변 안전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제재 불만 속 '버티기'에 돌입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보인다. 내년 초 개최를 목표로 한 북미정상회담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북측은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은 대미 비난을 이어가면서도 북미수교를 통한 제재 완화 등 목표를 위해 협상의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자료사진) ⓒ노동신문 화면 캡처

공이 북한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언제, 어떤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어느 정도의 성의표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대미 비난을 이어가면서도 북미수교를 통한 제재 완화 등 목표를 위해 협상의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가운데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조선(북한)의 최고 영도자께서 '완전한 비핵화'를 이미 결단하셨기 때문에 새 역사의 흐름이 역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꾸준히 제기된 북한 비핵화 진정성 의혹을 불식하는 한편,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미 협상 상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대응에 주목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비핵화 메시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내년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며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 제동이 걸린 협상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새 협상 프레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공식 폐기하고 경제 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천명한 만큼, 협상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북미 교착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의 대화 요구에 전격 응하거나, 또 다른 경우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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