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청와대, 정부, 여당까지 유발법 압박 가세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추진…유통업계 “소상공인 갈등 유발 및 소비자 편익 무시”
한 달 새 청와대, 정부, 여당까지 유발법 압박 가세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추진…유통업계 “소상공인 갈등 유발 및 소비자 편익 무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을 비롯해 중기중앙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까지 가세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부진에 빠진 유통업계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부, 여당 등 당정청은 복합쇼핑몰 입점 제한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당정청은 지난달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3차 을지로 민생현안회의’를 통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주변 상권 영향평가 대상 업종을 대폭 확대해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제한키로 뜻을 모았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0여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 개정을 통한 규제가 늦어지면서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우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이달 5일에는 을지로위원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데 이어 12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유통담당 공무원들에게 복합쇼핑몰 입점 제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설명회를 실시했다.
12일 출범한 중소기업중앙회 제2기 유통산업위원회의 첫 번째 회의에서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위원장으로 선임된 임원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식물국회가 지속되면서 중소유통 상인이 염원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는 제자리”라며 “무너져가는 골목상권을 위해 더 이상 법 개정을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의무휴업과 관련해 유통 관련 단체로부터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의견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한 달 사이 청와대와 정부, 여당, 인권위까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 압박에 모두 동원된 셈이다.
대형 유통기업의 주력 사업이었던 대형마트가 수년째 내리 적자를 기록하면서 복합쇼핑몰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규제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내세웠던 그동안의 규제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여전히 같은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는 정부 움직임에 반감이 큰 상황이다.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을 놓고서는 소상공인들 간 갈등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복합쇼핑몰 내 입점한 점포 대다수는 소상공인이 운영하고 있는데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한 쪽의 소상공인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복합쇼핑몰이 문을 닫으면 입점 점포도 같이 쉬어야 하는 탓에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도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시행으로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으로 소비가 몰린 현상을 근거로 들고 있다.
특히 복합쇼핑몰의 경우 단순 소비보다는 문화‧관광 측면의 효용이 더 큰 만큼 의무휴업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문제를 정치권에서만 논의할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SSM의 경우 지자체 허가를 비롯해 지역 상권과의 협의도 거쳐야 하는 등 현재도 사실상 신규 출점이 제한된 상황”이라면서 “복합쇼핑몰 마저 제한되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역 상권이나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고 실제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법이나 규제로 강제하기 보다는 업계가 자발적으로 상생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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