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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의 언팩] 같은 듯 다른 오미자차 두 잔


입력 2020.06.24 07:00 수정 2020.06.23 21:26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변화무쌍 경제심리, 위기 때 더 중요한 원칙과 기본

‘땜질식 처방’으로는 경제성과 어려워, 효용성이 문제

지난 주말 지인들과의 티타임에서 오미자차를 주문한 지인이 차를 마시다가 다른 한 잔의 오미자 찻잔을 물끄러미 보다가 “내 잔보다 잣이 3알 더 띄어졌네. 손해 보는 느낌인 걸”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계기로 주문한 두 잔의 오미자차에 들어있는 잣의 개수가 다를 경우 경제적 관점에서의 기회비용에 대한 질문을 몇몇 이들에게 해봤다.


“왜 같은 비용을 냈는데 서로 다른 잣의 개수를 줬을까요. 공정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실수한 거겠죠.”, “뭐 바쁜 세상에 여름철 맛있는 오미자 차 한잔 즐기는데 부수적인 잣에 까지 신경서야 하나요? 분위기가 더 중요하지….” 등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나 비용)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으로 느끼는 비용)를 따지고 소비의 패턴이 일률적이지 않는 만큼 요즘 소비자들의 경제적 심리도 변화무쌍하다.


변화와 다양성이 요구될 때는 기본과 원칙이 더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고용정책은 ‘땜질식 처방’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바꿔야겠지만 20번이 넘는 대책이 나온다는 것은 과하다는 느낌이다. 원칙적으로 수요와 공급 면으로 봐도 인구수가 줄고 있는 마당에 집값 폭등은 무언가 잘못된 흐름이다.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에서 의지는 어느 때보다도 넘치지만 정교하고 치밀한 정책적 수단은 부족해 정작 집이 필요한 무주택자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고용동향 또한 미증유의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도 당초 정부의 전망과는 다르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급한 불끄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22일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쇼크’로 취업자 수는 2693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만2000명 감소했고, 이 가운데 20대 취업자 감소폭이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13만4000명에 달했다. 지난달 20대 고용률은 55.7%로 전년 동기대비 2.4%포인트 떨어져 1982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로 추락했다.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 구인정보 게시판의 모습. ⓒ뉴시스

사상 최저, 최대 감소 등의 통계치가 자주 반복되다보니 심각성이 옅어지기도 하는데 방치하면 구조적인 난제로 돼 극복하기는 더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정부가 속도조절 없이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비정규직의 정규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추진한 정규직화는 졸속으로 처리돼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로 공정성 논란만 자초했다.


문제는 효용성이다. 재화와 용역의 가치가 있을 때라야 성과가 나타난다. 그 때를 놓치면 그만큼 우리는 기회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고, 적절한 시기가 아닌데 무조건 추진한다면 비용만 낭비하는 손실을 입게 된다.


적어도 내가 주문한 차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마실 가치가 있어야 만족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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