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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검토 중"이라는데 시장에선 '아시아나 국유화' 이륙


입력 2020.07.30 15:11 수정 2020.07.30 16:16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금융당국발 플랜B' 시나리오 주목…"현산 의지 없으면 무산도 검토"

손병두 "모든 가능성 감안" 발언 후 급물살…기안기금 카드도 만지작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손병두 부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무산 위기에 몰리면서 '금융당국발(發) 플랜B' 시나리오가 주목 받고 있다. 시장에선 정부 산하 국책은행이 대주주에 올라 아시아나 경영을 맡는 방식의 국영화 가능성 높게 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백지화 가능성에 따른 후속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이들은 향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됐을 상황을 대비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대안카드를 꺼낼 최적의 타이밍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HDC현산이 아시아나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하고 채권단이 현산의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매각 쟁점으로 떠오른 HDC현산의 재실사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이 '아시아나의 운명'을 뒤흔드는 상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 의지가 없다면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아시아나와 채권단이 매각이 안 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협상이 무산될 경우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앞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 국유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감안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해 국유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금융위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이날 아시아나 주가는 20% 넘게 뛰었다.


시장이 금융위의 해명에도 아시아나의 운명을 '국유화'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금융당국의 기류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당초 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선 "아시아나가 현재 상황에서 기안기금에 편입될 일은 없다"고 했고, 언론에 보낸 서한에서도 "기간산업의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시장에선 이어 나온 "모든 가능성을 감안하고 있다", "기안기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언급을 국유화가 가능하다는 시그널로 해석한 것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은 위원장과 손 부위원장의 발언은 정부가 플랜B를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고, 'HDC현산은 우물쭈물 대지 말고 결정하라'는 압박의 표현"이라며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국유화 시나리오는 아시아나항공이 온전히 국영기업이 되는 방식은 아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처럼 산업은행 계열사로 편입해 '한시적 국유화' 상황에서 구조조정 등을 거친 뒤 다시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주식으로 모두 전환하면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40조원 규모의 기안기금 투입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선 "이젠 아시아나 국유화가 플랜A인 상황"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HDC현산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항공업계가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인수자가 혜성처럼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국유화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처한 항공사를 국유화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이뤄지는 과정"이라며 "산업은행이 기안기금을 활용해 지원하며 가지고 있다가 부실을 털어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분적으로 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 수장이 '국유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충분히 예상하고 내놓은 것 아니겠나"라며 "HDC현산이 결국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면 곧바로 가동될 큰 그림을 시장에 슬쩍 보여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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