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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서진(西進)③] 광주서 무릎 꿇자...예민해진 민주당


입력 2020.08.20 00:10 수정 2020.08.20 05:07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김종인 5·18 묘지 참배에 "늦었지만…"

호남 지지율까지 하락한 민주당의 반응

"표 구걸 신파극" 깎아내리며 경계도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시선은 엇갈렸다. 통합당이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는 '긍정적 반응'과 일회성 쇼에 불과하다는 '경계성 반응'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의 5·18 민주묘지 참배는 통합당이 소홀했던 호남 껴안기를 넘어 수도권의 호남 표심과 중도층 표심까지 겨냥했다는 평가다. 최대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지지율이 떨어진 민주당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그간 통합당을 5·18 민주화운동 폄훼 세력으로 규정해왔는데, 이같은 공세도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김 위원장은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 추모탑을 찾아 무릎을 꿇었다. 본인이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국보위)에 참여한 일부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내 일부 인사들의 망언까지 "부끄럽고 또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보수정당 대표가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호남 지역구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5·18 민주묘지 참배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광주 지역구 양향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황교안 전 대표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며 "통합당의 변화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김 위원장의 광주 시민 앞에 용서를 구한다는 말씀이 진심이라고 믿는다"며 "기왕 변하는 거 확실히 나아가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종인 위원장의 영수회담이 성사됐다. 그 자리에서 광주 5·18과 대구 2·28을 모두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논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의 광주 지역구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늦었지만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서 다행"이라며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등 광주 시민들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들에 통합당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다른 광주 지역구 의원도 "통합당의 진일보는 확실해 보인다. 그걸 굳이 쇼라고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며 "다만 5·18 관련법 처리 때 통합당의 스탠스가 무엇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통합당의 호남 껴안기 행보에 불편한 기색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도 공식 입장에서 '화제 전환용'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허윤정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전광훈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때, 광주 방문이 화제 전환용으로 비치는 것은 오해인가"라며 "화합을 위한 진정성이 담긴 방문이라면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경기 지역구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미래를 향한 다짐과 실천이 없는 무릎 꿇기는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고, 서울 지역구 정청래 의원은 "독일 빌리 브란트 수상의 무릎 꿇기 사과를 흉내 낸 것이다. 표 구걸 신파극이 광주 시민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와 관련해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제1야당이 제 정신을 차리는 모습은 우리 정당 정치를 위해서도 반길 일이다"라면서 "오히려 여당의 태도가 좀 의아하다. 이럴 때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논평이 나오는 것이 큰 정당의 모습일텐데, 너무 날이 서있고 거칠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지율 역전 때문에 많이들 예민해져 있구나 생각이 드는데, 이거야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가 싶다"며 "이런 식의 대응 또한 민심을 얻는 것과는 반대의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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