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박지원 두산重 회장 만나 풍력·가스터빈 사업 잇따라 격려
탈원전 '쇼크' 이후 친환경에너지 기업 전환하는 두산 힘 실어
국책은행 수혈로 회생중인 두산, 정부 지원없이 자력생존 불가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을 만났다. 지난 7월 전북 해상풍력단지에서의 만남 이후 두 번째로, 탈원전 타격을 입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중인 두산중공업을 재차 격려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17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경상남도 창원에서 '한국형 뉴딜 스마트 그린 산단' 행사에 참석한 뒤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찾았다.
이날 두산중공업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 현황과 세계 5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가스터빈 현황 등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해상풍력, 수소액화플랜트, 연료전지 등 그린뉴딜 제품군 전시를 관심 있게 둘러본 뒤 가스터빈 블레이드와 연소기, 가스터빈 본체 등을 살펴봤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가스터빈 블레이드에 "대한민국 중공업의 힘! 문재인"이라고 서명하기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그린 뉴딜' 정책 일환으로 지난 7월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단지를 방문했을 당시 박지원 회장을 만나 "두산중공업이 해상풍력을 포기하지 않고 연구해 오늘의 수준에 이르게 됐다"며 특별히 감사를 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두 달 뒤인 이날 가스터빈을 제작하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방문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다시금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응원 메시지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날 박지원 회장은 "국내 친환경 에너지 대표 기업으로서 그린뉴딜 정책에 부응하는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공급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가스터빈, 해상풍력, 수소사업 등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적극 앞장 서겠다"고 화답했다.
그간 석탄화력과 원자력 의존도가 높았던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과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큰 타격을 입은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 건설 중단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현재 정부 지원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까지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투입한 자금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이를 갚기 위해 두산그룹은 핵심 자산을 비롯한 각종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며 가스터빈과 풍력발전사업을 주축으로 한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중이다.
기존 석탄화력·원전 사업으로는 회생이 불가한 두산중공업으로서는 포트폴리오 전환이 시급하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국내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이 지속되고 있어 신규원전 건설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국책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수혈을 받은 이상,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밖에 없다. 대안책으로 추진중인 풍력발전, 가스터빈 마저도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는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공기업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이달 10일 두산중공업은 한국석유공사와 해상풍력 발전사업 MOU를 맺었고, 7월엔 한국서부발전과 한국형복합 발전 관련 MOU를 체결했다. 또 다른 신성장 동력인 대형발전용 가스터빈 역시 정부 국책과제 일환으로 진행됐다.
두산그룹 경영진 역시 그룹 계열사 매각 외에 별도로 사재를 출연하는 등 두산중공업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앞서 박정원 그룹회장 등 (주)두산 대주주들은 보유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다.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강화는 물론,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두산중공업은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한층 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두산퓨얼셀의 지분을 확보하는 두산중공업은 연료전지 발전기술까지 보유하게 되면서 연료전지(440kW), 풍력(3~8MW급), 중소형원자로(SMR, 단위 60MW), 가스터빈(270MW, 380MW)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발전기술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이처럼 두산은 기업 생존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한편, 정부 주도의 풍력사업·발전 사업 등 신규 프로젝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