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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심 악화에 '상장폐지 ETF' 역대 최대…커지는 시장위축 우려


입력 2020.10.06 05:00 수정 2020.10.05 11:07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올 들어 24개 ETF '설정액 미달'로 상폐…지난해 11개 대비 2배 급증

ETF순자산, 9개월 새 6조원 급감…"추가 상폐에 시장 위축 가능성↑"

올해 상장폐지된 주가연계펀드(ETF)가 역대 최대규모로 늘어나면서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가연계펀드(ETF)가 투자심리 악화로 사상 최악의 고전에 직면하고 있다. 개인들이 직접투자를 늘리면서 시작된 자금 유출로 인해 상장폐지된 ETF 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나는 등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향후 주가 변동폭이 커지거나 일부 업종에 대한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 ETF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며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 현재까지 총 24개 ETF가 상장폐지 됐다. 지난 한 해 ETF 상장폐지 건수인 11개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09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가장 많은 상장폐지 건 수다. 올 들어 발생한 ETF 상장폐지 사유도 10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의 34건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ETF 종류도 다양하다. 가치주에 투자하는 'ARIRANG 스마트베타Value', 'KODEX 가치투자' ETF는 각각 7월과 9월 원본액 미달로 상장이 폐지됐다. 또 'KODEX KRX300선물인버스'나 'TIGER 지속배당'처럼 선물이나 배당 관련 ETF도 상장폐지를 피하지 못했다. 'TIGER 대만TAIEX선물(H)', 'KBSTAR 일본TOPIX레버리지(H)'와 같은 해외 투자 ETF도 상장폐지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ETF는 운용사가 선별한 종목을 그룹으로 묶어 놓은 펀드 상품이다. 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돼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지만 ▲상관계수 미달 ▲유동성공급계약 부재 ▲상장규모 미달 ▲신고의무 위반 ▲투자신탁 해지 ▲투자자보호 요망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상장폐지된다. ETF가 자진 상장폐지되는 경우 청산 직후 대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도록 돼 있어 피해발생은 적은 편이다.


올해에는 상장규모 미달과 투자신탁 해지로 인한 상장폐지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달 28일 상장이 폐지된 'TIGER KRX300선물인버스'은 설정 1년 이후 1개월 동안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에 머물러 투자신탁 해지가능 사유가 발생해 자취를 감췄다. 지난 7월 31일 상장이 폐지된 'KBSTAR KQ모멘텀밸류' 역시 최근 1개월간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에 그쳤다.


ⓒ데일리안

이처럼 설정액 미달로 인한 상장폐지 ETF가 급증하는 이유는 투자자금이 지속해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 51조9206억원이던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달 28일 45조5670억원으로 12.2%(6조3536억원) 감소했다. 36조4355억원이던 주식형 ETF 순자산이 23조6553억원으로 13조원 가량 급감한 게 악영향을 미쳤다.


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직접투자인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1월 2일 29조8599억원에서 지난 달 25일 55조6568억원으로 86.3%(25조7969억원) 급증했다. 개인들이 직접 주식투자에 뛰어들면서 상대적으로 ETF에 대한 관심이 식어 상장유지요건에 미달한 종목이 속출했다는 분석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운용자산이나 거래대금 급감으로 인해 상장폐지된 ETF와 ETN은 전 세계에서 333개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지수, 원유 등을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투기급증으로 인한 괴리율 확대가 운용부담 가중으로 이어지면서 나머지 ETF의 상장폐지와 액면병합 조정 등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커지고 있는 종목 변동성과 일부 업종에 대한 쏠림현상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ODEX 레버리지' ETF의 최근 6개월 간 거래량은 6006만8100주(8813억원)였다. 또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2281만주)', 'TIGER 200선물레버리지(169만주)' 등 레버리지 ETF에 대규모의 거래량이 쏠렸다. 'KBSTAR 중소형모멘텀로우볼(19주)', 'KINDEX 배당성장(25주)' 등이 같은 기간 저조한 거래량을 나타낸 것과 대비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모든 종목이 다 오른 것은 아닌데다 ETF로 범위를 좁히면 레버리지·인버스 등 위험성이 높은 상품에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짙었다"며 "개인의 이탈로 인한 불균형한 수급이 중·소형 ETF의 상장폐지로 이어져 시장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무분별한 ETF 발행을 지양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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